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언니` / 윤은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12일
언니
윤은진
봄날 산나물 따러 가는 엄마 새벽 일찍 일어나 보리 섞어 해 놓은 밥 먹고 학교 간다 겨우내 튼 손은 보드라워 지는데 학교에서 돌아와도 엄마는 없고 새침하고 깔끔한 언니만 있다 겨우내 하지 못한 대청소 하듯 보자기 어깨에 걸쳐놓고 머리를 깎는다 좌우 재면서 깎다가 남자머리를 만들어 놓았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고 서럽게 울다가 잠이 든다
싹을 도려내고 남은 감자를 깎아 폭폭 쪄낸 맛있는 냄새에 부시시 눈을 뜨면 하얗게 분이 나는 감자를 들이밀던 봄꽃같이 이쁜 언니 엄마 같은 우리 언니
봄날, 꽃향기 가득 안고 엄마 하얗게 분칠하고 떠난 지 스무 해 엄마가 그리운 날엔 언니와 전화를 한다 - 야야 네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내 눈엔 얼라다
▶나는 청송꼴티에서 늦둥이로 태어났다. 언니와 나는 나이 차이가 많아 언니가 늘 엄마 같다. 엄마가 그리운 날 언니에게 전화 하면 언니는 언제나 “야야 니 나이가 언제 그케 많이 묵어 뿌럿노. 그래도 내 눈엔 언제나 니는 얼라다.”라고 한다. 그리고 속으로 감추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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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7년 「시와문화」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홍성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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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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