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귀리를 볶는 저녁` / 안재홍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0일
귀리를 볶는 저녁
안재홍
늦은 저녁 귀리를 볶는다
약한 불에 올려 살살 저으니 금세 습기가 날아가고 뽀송해진다
울적한 봄날 속을 굴러 다니던 말의 더미도 잘 도닥거려 함께 볶는다
말의 씨앗들이 향기를 먼저 품는 바람에 의미가 부풀었으므로 주걱이 버겁다
라디오의 일기예보에 잠시 귀를 밀어 넣는 순간 귀리가 살짝 타 버렸다
생각이 이리저리 뒤섞이자 프라이팬은 더욱 뜨거워졌고 노릇노릇한 말들이 담벼락을 넘는다
창문을 열고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자니
향기로운 말들이 산수유가지 끝에서 노오란 꽃망울로 터지고 있다
▶ 노릇하게 볶아져서 구수한 향이 나는 말과 글로 시간과 공간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래도 삶이 조금은 덜 팍팍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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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2019년 《창작21》 등단
시집 『무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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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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