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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문화유산둘러보기 '제 53 호백결선생은 배고품을 어떻게 견디었을까?'

'제 53 호백결선생은 배고품을 어떻게 견디었을까?
김동현 기자 / mailtv@nate.com입력 : 2013년 10월 23일
↑↑ 사진) 경주시 구황동 394-1 모전석탑지 전경
설명)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말해버린 장소로 전해져오고 있는 도림사 터다. 그 뒤편으로 보이는 작은 산이 바로 신들이 노닐고 왕들이 잠든 낭산이다.
ⓒ GBN 경북방송
[삼국사기]에 신라 자비왕 때의 음악가로 알려진 백결선생은 경주 낭산(狼山) 아래에 살았다고 전한다. 그는 대단히 가난하여 옷을 백 번이나 기워 입어 마치 비둘기를 거꾸로 매단 것처럼 너덜너덜한 행색이라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어느 해 연말에 이웃 동네에서 곡식을 방아 찧었는데 그의 아내가 절구공의 소리를 듣고 말하기를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곡식이 있어 방아질을 하는데 우리만이 곡식이 없으니 어떻게 해를 넘길까?’하고 한탄하여 말하는 아내를 위해 그는 거문고로 절구공의 소리를 내어 위로해 주었다.

이틀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능환 전 대법관은 퇴임 후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가 6개월 만에 떠나며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 이라는 맹자의 글귀를 인용하였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은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편 상(上)에 나오는 글로 제(濟)나라 선왕(宣王)이 정치에 대하여 묻자 맹자가 왕도정치(王道政治)의 핵심을 이야기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능환 전 위원장의 경제생활이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아내가 운영하는 사업이 힘든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의 꿈을 다음기회로 미루어둔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했을 수없이 많은 고뇌를 생각해보면 누구도 그에게 돌을 던지지 못할 것이다. 다만 선비를 잃어가는 지금의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할 뿐이다.

백결선생은 그 곤궁함을 어떻게 견디어 내었을까? 몇 발자국의 지척거리에 궁궐과 화려한 저택들이 즐비한 왕경(王京, 서울)에는 풍악소리와 사치스러움으로 흘러넘쳤을 것이다. 사방에 들리는 풍악소리보다 가난한 남편의 거문고 소리로 마음을 달랬다면, 백결선생은 분명 그의 아내로 인하여 역사에 남은 예술인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본다면 백결선생은 가장으로서 의무감을 져버린 무책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자리 잡아 버린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느끼는 상대적 빈곤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아내의 걱정을 잠시나마 덜어주려 방아타령을 불러주는 그의 마음에서만은 각박한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절대적인 빈곤이 아니면 가난은 마음에서 오는 상대적인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백결선생처럼 재주도 없고 경제력이 부족한 이 시대 대부분의 가장들은 무엇으로 아내를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백결선생이 살았다는 낭산을 오르면서도 내게는 늘 풀지 못하는 화두(話頭)이다. 언제쯤 어둠속에서 서치라이트 비추듯 뚜렷해지는 날이 올까요? 문화유산편지 가족여러분 힘든 시간들이지만, 부디 즐거운 한가위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장남으로 살아가기]

우리 시대 장남이란

고개 숙인 한국 남성의 표상이다.

제사라는 굴레를 아내에게 씌우는 남편으로서,

동생들을 보듬어야 할 능력 없는 큰형으로서,

또 조만간 생계 능력을 상실할 부모를 모셔야 할

큰아들로서 이중삼중, 책무만을 지닌 존재일 뿐이다.

이미 파탄이 난 결혼 생활을 접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훌쩍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 하는 현실의 포로인 것이다.

';왜 나는 장남으로 태어났을까!';

살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었다.

[들 길]


고향은



가난하게 돌아오는 그로하여 좋다.

지닌 것 없이

혼자 걸어가는

들길의 意味...

白紙에다 한가닥

線을 그어 보아라.

백지에 가득차는

線의 의미...

아내가 모르는 것을

내가 모르는 그 절망을

비로소 무엇인가 깨닫는 심정이

왜 이처럼 가볍고 서글픈가.

편히 쉰다는 것.

누워서 높이 울어 흡족한

꽃그늘...

그 무한한 안정에 싸여

들길을 간다.
김동현 기자 / mailtv@nate.com입력 : 2013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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