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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시인의 시 폭설(暴雪)

'폭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1월 27일
↑↑ 오탁번 시인
ⓒ GBN 경북방송




폭설(暴雪)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소잉!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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