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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걷는 남자` / 송명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24일
걷는 남자
                                                                      
송명희


점령군처럼 안개는 도시를 점거해 들어왔다. 사람들이 사라진 거리에 가로등 불빛 점멸하는 동안 대문의 빗장 질러 잠그는 작은 발자국소리에도 긴장은 증폭된다. 자코메티는 누구를 향해 구원의 손을 내밀고 있을까. 수억 년 전 동굴에서 잠자다 걸어 나온 미라처럼 육탈한 남자의 모습은 간결하고 고독하다. 작은 머리에 커다란 발 가늘디가는 뼈대 앙상하게 드러나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청동의 남자는 차라리 연약하다. 안개 너머 벽 속으로 그가 걸어들어 간 후 나는 단독자로 망연히 서 있다. 그가 퍼트리고 간 고독과 우울은 이제 나의 것이 되어 장마철 습기처럼 온몸을 칭칭 휘감는다.


▶어느 날 조각가 자코메티의 <걷는 남자>의 형상이 눈을 찌를 듯이 다가왔다. 연약한 듯 고뇌에 찬 청동의 남자가 내뿜는 고독하고 우울한 기운은 어느새 나의 내면으로 들어와 시가 되었다. 자연의 이미지보다 예술가의 혼이 응축된 조각이나 회화의 이미지들은 나에게 훨씬 강렬한 호소력을 갖는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80년 8월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한국비평문학상, 봉생문화상, 이주홍문학상, 부경학술상 등 수상 다수.
  시집에 『우리는 서로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2002). 
  50여 권의 저서 중 『페미니즘 비평』, 『트랜스내셔널리즘과 재외한인문학』, 『타자의 서사학』등
  6권의 저서가 대한민국학술원과 문체부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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