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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그런 계절` / 배윤정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18일
그런 계절

배윤정


내가 위를 보고 걷자 사람들이 모두 위를 보고 걸었다
우리들은 위를 보고 걸을 수밖에 없기에 나도 위만 보며 걸었다
늘 똑같이 갈라진 길은 나무가 아니니 자랄 일이 없다
나는 안심하며 걷는다 한정된 시야의 고도가 조금 높아졌다
누구랑 부딪혔는지 벌레를 뒤꿈치로 밟아 죽였는지 입 속에 고인 단어처럼 공사장에 갇혔는지 우리는 모른다
팔랑팔랑이라 답하는 모든 게 활발하다 꽃잎이 수줍게 내 콧구멍을 막아서 질식하는 상상을 물 밖에서 한다
꽃,꼿,꼳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우리는 아마 다시 개미들의 집을 무단철거하며 걸을 것이다
위를 보며 잠에 든다 우리는 모두 목이 길어진다 듬성듬성 뭉텅이로 병드는 꽃들을 보며 한탄한다
누구 때문에 기른 목인데
목이 꺾인다 목젖이 울긋불긋하다 지나가는 자들의 목젖이 몸을 비튼다
목구름이 멸종된 우리들의 목은 여전히 위를 향한다
내 친구가 목이 꺾여서 왔다 누가 대체 네 목을 가지고 종이접기를 했니 내 친구의 목은 완성물도 되지 못한 채 반쯤 벗겨진 양말 같은 목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꽃잎이 더 이상 오만 구멍들을 막지 않아서 상쾌하다고 한다
내 목은 내일 모레쯤 꺾일 것 같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고 그냥 그때쯤이면 성장을 멈춘 도로에 갓 망명한 향들이 즐비할 것 같아서
그랬다
우리는 위를 보고 걸었다


▶2019년 4월 중반이었나? 벚꽃이 지고 한창 겹벚꽃이 피던 시기에 나는 4차선 도로 건너편의 겹벚꽃들이 적나라하게 나를 마중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었다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위를 보았다 겹벚꽃을 한 번이라도 눈두덩에 채워 보려고 모두가 위를 보고 걷다 말다가 걷다가 뛰었다 꽃들을 위해 목을 기르는 우리를 상상했다 금방 시드는 꽃에 금방 지는 우리의 목덜미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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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시집 『또 다른 소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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