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서정시` / 권정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27일
서정시
권정일
마당을 쓸었다 마당을 쓰는 일은 흔치 않은 일
오동나무 긴 그림자 적빈이다
목쉰 개 컹 컹 컹, 아랑곳없다 목줄 푼 마당의 정서
고스란히 오동 꽃 떨어진다 운필인 양 말간 그늘을 휘호하는 오동, 세상 칡뿌리로 글을 써 탈속했다는 갈필 말고, 우거진 세상 습습 찍어 관조했다는 습필 말고
갈필 습필 반작하여야 큰 오동에 큰 그늘
어떤 묵즙이 벼루 끝으로 꽃잎을 불러내었나, 그늘 한가운데 명문장을 걸어 두고 휘장처럼
펄럭인다 아예 펄럭인다
자기(自己)를 풀어 마당 가득 큰 뜻을 내려놓는 오동은 지는 것이 아니라 일필을 기다리는 큰 붓
부드러우나 단단한 육필 붓끝을 따라가다 매무새를 고쳐 쓴다
▶아무렇게나 아름다운 것들이 마당에는 있습니다. 마당을 쓸면서 서정의 한 풍경이 오래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당을 쓰는 일이 시를 쓰는 일과 같고, 오동나무 그림자는 균형 잡힌 문장을 쓰는 붓 같았습니다. 산다는 것이 꼭 누군가가 했던 말을 되풀이 하는 것 같다고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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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9년 <국제신문>신춘문예 등단
부산 작가상 수상, 김구용문학상 수상, 이주홍문학상 수상
시집『마지막 주유소』,『수상한 비행법』,『양들의 저녁이 왔다』,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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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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