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빌려주는 뼈` / 안은숙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24일
빌려주는 뼈
안은숙
포옹, 둘이 하나가 되는 순간 순간의 동작으로 구조물이 된다.
골조가 필요한 저 행동은 서로 빌려주는 뼈가 된다.
내가 갖고 있는 뼈의 수만큼 나는 불안해서 가끔 다른 뼈를 상상한다. 살며시 기대어 일어서려는 뼈가 된다. 나의 뼈는 부축으로 일어날 수 있는데 뼈가 없는 것들의 힘은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뼈가 없는 것들이 뼈 없이 일어서려 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때때로 나는 부축하거나 때로는 주저앉히거나 한다. 주변의 친절한 도구가 되려한다.
나는 부추길 때 서 있는 뼈를 생각한다. 나쁜 뼈들이 나를 일어서게 하고, 뼈 없는 곳에 보형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 치과병원엔 아담한 남자가 무너진 치조골을 재건한다. 뼈 있는 것끼리 부딪히고 우리는 겹치는 교묘함을 욕망하지만,
포옹은 뼈를 빌려주는 일 완벽한 뼈가 되려 하는 일.
죽어있는 나무를 타고 오르는 저 넝쿨들, 세상의 줄기들은 다 뼈가 된다. 나의 뼈도 너의 뼈도, 상상의 뼈 하나로 일어서려 한다.
▶포옹, 순간의 동작으로 구조물이 되는 포옹은 서로에게 뼈를 빌려주는 일이에요. 건축물이 하중을 견디기 위해 튼튼한 골조를 필요로 하듯, 사람 사이에도 마음의 골조가 필요한 거죠. 실패와 절망, 무능하고 사회적 약자인 내가 허상의 뼈라도 상상해 보는 일. 척박한 현실과 결핍을 체험한 세상의 모든 줄기들도 다 뼈가 되죠. 상상의 뼈 하나로 일어서 보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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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5년 『실천문학』 등단
건국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졸업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 문학 분야 선정 작가 공저 『언어의 시, 시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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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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