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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6월, 찔레꽃 ` / 정선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16일
6월, 찔레꽃

정선희 


   섬진강 강가를 달리며 장사익의 찔레꽃을 듣는다. 눈으로 입으로 귀로 파고드는 하얀 선율. 남편의 여자가 선물한 노래. 서예학원에서 만났다는 여자. 남편이 맨날 저 노래만 들었어. 저 노래를 들으며 밥을 먹고 저 노래를 들으며 잠을 잤어. 그 여자 때문에 남편은 자주 집을 비우곤 했어. 이혼하고 서울로 간 여자.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찾아갔지. 도와주세요. 무조건 무릎부터 꿇었지. 아이들이 어려요. 제발 남편을 놓아주세요.
그리 구질구질하게 살지 마세요. 그러니 남편이 바람을 피죠. 그녀의 옷차림을 보며 훈계를 했지. 그녀는 선심이라도 쓰듯 남편을 안 만나겠다고 했어. 결국 가정을 지켰지만.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가슴에 불은 끌 수 없어, 자다가 벌떡 일어나 찬물을 들이키고, 설거지 하다 접시를 맞은 편 벽 쪽으로 던지고, 6월이 되면 홧병처럼 피는 꽃. 찔레꽃이 펴야 섬진강이 흐르는데. 아주 천천히 울고 싶은데. 찔레꽃을 다 피워서 없애 버리고 싶은 밤. 찔레꽃이 싫다. 찔레꽃이 싫다. 찔레꽃이 좋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낯설어지는 순간이 있다. 6월 찔레꽃이 그렇고, 장사익의 노래가 그렇다. 친구의 가슴 아픈 사연과 만나는 순간, 더 이상 찔레꽃은 옛날의 찔레꽃이 아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별개의 것이어서 나는 늘 헷갈린다. 좋아하는 게 먼저고, 생각은 한 박자 늦게 오기 때문이다. 비단 찔레꽃만이 아니다. 보름달이 그렇고 첫사랑이 그렇다. 시인이라면 초승달을 좋아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보름달을 더 좋아하고, 첫사랑은 분홍 기억 뒤에 상처가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6월이 되면 나는 찔레꽃을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 GBN 경북방송




▶2012년 『문학과의식』 등단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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