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0 오전 12:42:2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누가 씹던 껌을 붙여놓았다` / 허은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19일
누가 씹던 껌을 붙여놓았다

허은희


   오래된 말이 배달됐다 반찬이 하나 늘어 우리는 어금니를 하나씩 더 끼워 넣었다 맷집을 불려 돌아 온 말에 이빨 자국을 덧씌우느라 식사 시간은 길어졌다 만찬은 여럿이 이를 부딪쳐야 제 맛이지 턱을 끄덕이며 부풀어 오른 말의 배를 흘깃거렸지만 누구의 씨앗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누구라도 상관없을 일이었으니 말똥만 한 눈동자들이 말 위를 구르는 동안 이빨은 부지런히 탬버린을 흔들고

   말을 주워 기른 골목엔 귀 세운 발들이 넘쳐났다 바람에 쓸려 실밥이 터진 자리에 눈치 빠른 발은 다른 색의 무늬를 박아주었다 한뎃잠을 자던 말을 끌어다 씻기고 구석방을 내주는 발도 보였다 귀와 입들은 음식을 만들어 방으로 모여들었다 향신료는 매일 달라졌다 그들은 궁금한 것이 많아보였다 드나들 때마다 말의 매무새를 확인하는 데 공을 들였다 말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입을 보탠다는 구역이었다 앓던 말은 금세 살이 올랐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던 말이 쿡쿡 웃었다 누가 씹던 껌을 붙여 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말’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래 그 ‘말’ 맞다. 지금껏 내가 뱉은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손톱과 바늘이 숨어있었을까. 할퀴고 찔러대느라 바빴던 내 입술과 목젖과 혓바닥. 누군가의 심장에 남았을 상흔을 기억해야 할 오늘이다.




ⓒ GBN 경북방송




▶2003년 시사사 신인상
  제28회 인천문학상 수상
  제3회 시사사작품상 수상
  시집 『열한 번째 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19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허은희 시사사 인천문학상 시사사작품상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나이테` / 최재영 시인..
대만 가족관광객, 벚꽃과 함께 경주를 느끼다!..
국민의힘 기호 2번 김석기 후보, 마지막 유세로 13일간의 선거운동 대장정 마감..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 황오동에 꾸준한 나눔의 손길 전해..
2024 경북 관광 협업 프로젝트 공모..
경주벚꽃마라톤대회 ‘축제장’ 방불···벚꽃비 맞으며 보문관광단지 달려..
이강덕 시장, “일자리와 정주여건 혁신 통해 선진 도시로 나아갈 것”..
미래를 위한 소중한 한 표, 5, 6일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참여하세요!..
한국수력원자력, ʻ사회공헌의 날ʼ 기념 임직원 봉사활동..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나이테최재영잘려진 나무를 읽는다분주했던 시절들을 기억하는지 선명한 경계..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