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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누가 씹던 껌을 붙여놓았다` / 허은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19일
누가 씹던 껌을 붙여놓았다

허은희


   오래된 말이 배달됐다 반찬이 하나 늘어 우리는 어금니를 하나씩 더 끼워 넣었다 맷집을 불려 돌아 온 말에 이빨 자국을 덧씌우느라 식사 시간은 길어졌다 만찬은 여럿이 이를 부딪쳐야 제 맛이지 턱을 끄덕이며 부풀어 오른 말의 배를 흘깃거렸지만 누구의 씨앗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누구라도 상관없을 일이었으니 말똥만 한 눈동자들이 말 위를 구르는 동안 이빨은 부지런히 탬버린을 흔들고

   말을 주워 기른 골목엔 귀 세운 발들이 넘쳐났다 바람에 쓸려 실밥이 터진 자리에 눈치 빠른 발은 다른 색의 무늬를 박아주었다 한뎃잠을 자던 말을 끌어다 씻기고 구석방을 내주는 발도 보였다 귀와 입들은 음식을 만들어 방으로 모여들었다 향신료는 매일 달라졌다 그들은 궁금한 것이 많아보였다 드나들 때마다 말의 매무새를 확인하는 데 공을 들였다 말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입을 보탠다는 구역이었다 앓던 말은 금세 살이 올랐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던 말이 쿡쿡 웃었다 누가 씹던 껌을 붙여 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말’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래 그 ‘말’ 맞다. 지금껏 내가 뱉은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손톱과 바늘이 숨어있었을까. 할퀴고 찔러대느라 바빴던 내 입술과 목젖과 혓바닥. 누군가의 심장에 남았을 상흔을 기억해야 할 오늘이다.




ⓒ GBN 경북방송




▶2003년 시사사 신인상
  제28회 인천문학상 수상
  제3회 시사사작품상 수상
  시집 『열한 번째 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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