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느티나무 휴게소` / 이노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06일
느티나무 휴게소
이노나
웅크리기 좋은 밤이야 걱정하지 않아 오늘도 느티나무 아래 그림자
앉는 자리가 늘 기우뚱한 나는 꼬리 잘린 긴꼬리원숭이 빨갛게 영근 흉터가 가려워 길 끝 느티나무엔 은밀한 자국이 동그랗지 한 계절이 끝나기 전에 벌써 다음 계절이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아 느티나무 밑동에 기대 나를 안으면 가만히 따뜻해져 동트기 전에는 마음껏 웅크려도 괜찮으니까 한 번에 하나씩만 실패할 수 있기를 바랄 수도 있겠다 싶었어
몹시 추웠던 어느 겨울 늦은 밤 새로운 가지를 내는 일만 남은 느티나무 그림자 아래 느티나무 휴게소 아줌마가 끓여낸 라면을 먹으며 생각해 다시 걸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들에는 하루를 86,400으로 나누어 견디는 일이 참으로 고단합니다. 누군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기만 한다면 모든 세상이 말랑해질 때까지 걸을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돌아봅니다. 느티나무 휴게소는 어쩌면 우리 옆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잠깐 울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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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2년 계간 〈연인〉에 시 부문 등단 2017년 격월간 〈K-스토리〉 소설 부문 등단 아침문학 동인
인간과문학파 회원 현재 계간종합문예지 인간과문학 편집장 시집 「마법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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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9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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