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고비의 저녁` / 김경윤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6일
고비의 저녁
김경윤
고비의 저녁은 모음의 나라 어스름이 하늘과 지평선의 경계를 허무는 시간이면 적막한 초원은 모음으로 가득하다 양떼도 낙타도 사막을 건너는 바람 소리도 고비에서는 모음으로 운다 아! 와 으! 사이 그 까마득한 광야에서 ㄴ자로 눕거나 ㄷ자로 걷는 짐승들이 말똥 같은 게르에 말똥구리처럼 기어든다 사막을 달리던 바람도 쉼표(?) 같은 게르에서 몸을 눕히는 저녁이면 각진 마음도 어느새 초원의 부추꽃처럼 부드럽게 돗자리를 깐다 우 우 우 쏟아져 내리는 별빛들을 내 고향 말로 쏘내기별이라 불러도 좋겠다 캄캄하고 막막한 고비의 밤 새끼 잃은 말처럼 나는 깨어나 이 붉은 별에 처음 왔던 조상처럼 무릎을 꿇고 어두운 지평선을 바라본다 오! 하늘과 땅 사이 까마득한 우주의 소리가 들린다 태초의 저녁처럼 모음으로 부는 바람 속에서 모래가 울고 있다
▶지난여름 몽골에 가서 달포나 바람처럼 떠돌다 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비의 황량한 대평원에서 만난 부드러운 바람과 키 작은 부추꽃들이 마음의 폐허를 달래주었다. 태초의 하늘 같은 고비의 밤은 주먹만한 별빛으로 가득했다. 그 숭고한 밤에 나는 “부처처럼 맑은” 어떤 기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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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9년 무크지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
현 김남주기념사업회 회장
시집 『슬픔의 바닥』 『바람의 사원』 『 신발의 행자』 『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시해설서 『선생님과 함께 읽는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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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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