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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얼굴` / 휘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01일
얼굴

휘민


순식간에 눈가의 주름이 사라지는 걸 본다
입 꼬리가 받쳐 든 골 깊은 두 개의 능선이
사라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벽은 완강하지만 말은 살아 있다
수천수만 번의 찡그림으로 완성된 굴곡들

눈매가 깊어질수록 눈과 눈썹은 가까워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는 멀어져간다

긴 정적을 남기며 바이탈 사인이 멈춘다
의사는 그가 남긴 단말마의 시간을 기록한다

주름이 사라지자 얼굴에 고여 있던
말들이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다

간호사가 그의 입속에 틀니를 끼운다
말들이 흘러내리는 그의 마지막 얼굴에
하얀 끈을 동여맨다

턱 끝에서 나비리본 하나가 만들어진다

얼굴 하나가 완성되려면
얼마나 많은 침묵을 견뎌야 할까

외로운 사람은, 또한 신비롭다*


* 고트프리트 벤, 「외로운 사람은」에서



▶당신의 이름은 잊어버려도 당신의 얼굴은
그 눈빛만은 오래 기억하려 오늘도 손끝으로 운다.
붙잡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매번 마지막 열차에 몸을 싣는 연인의 마음으로.
당신의 숨소리를 되살리기 위해
당신의 그림자로 머무르기로 한다.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을 생각하며…….




ⓒ GBN 경북방송



▶약력
   2001년 경향신문 시 당선
   2011년 한국일보 동화 당선
   시집 『생일 꽃바구니』 『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동화집 『할머니는 축구 선수』
   그림책 『빨간 모자의 숲』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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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휘민 경향신문 한국일보 생일꽃바구니 빨간모자의숲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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