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파도 소리가 들리는 책장` / 서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14일
파도 소리가 들리는 책장 파도 소리가 들리는 책장
서하
높낮이 다른 책들 키순으로 정리했더니 책장에서 파도 소리가 들린다 둥둥 떠다니는 달을 건졌는데 활어였다 성대가 없는 활어의 이야기는 유효기간이 없다 내 활활 죽고 나면 지느러미 꽁꽁 묶여 횟집 저울추처럼 파들거릴 활어
움푹 패인 곳에서 건져 올린 물미역 같은 가름끈 옮겨가며 읽은 책 또 펼쳐 읽는다 당신을 읽는데 내가 젖는다 갈매기 깃털 닮은 책갈피가 할딱이는 해변, 난독의 해안선 한 권을 온전히 읽지 못하겠다 뭉툭한 눈이 삐댄 염분 탓이다
비린 해초가 더듬더듬 코끝에 매달리는 시간이다 높고 낮음이 없는 저 수평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건 흰 구름, 그의 몫이다
▶10년, 20년......실개천이 바다에 닿을 동안 세월 또한 낱낱이 스며들어 작은 공간도 온갖 책들로 출렁인다 장르와 출판사별로 정리를 하고나니 품 열어 다 받아줄 것 같은 바다가 펼쳐지며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빛바랜 추억을 꺼내 소금기를 털어내며 혼자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는 나는, 벽에 걸린 바다 만평을 가진 마음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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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9년 계간 시안 신인상 수상
대구문학상 수상
시집 「아주 작은 아침」 「저 환한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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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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