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부레를 찾아서` / 안오일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4일
부레를 찾아서
안오일
수녀와 함께 들어선 제주도 어느 낯선 식당
음식을 먹는데 주춤주춤 다가와선 휴대폰을 내미는 한 소년 알바생
묵주 사진이 있는 액정화면과 예멘 난민인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데
기 · 도 · 하 · 고 · 시 · 퍼 · 요…
수녀를 향한 그의 눈빛에서 부레 없는 상어의 고독한 몸부림이 팔딱이다가 파도에 쓸려간 아일란 쿠르디*의 웃음이 잠시 일렁이기도 했다
붙잡을 것 하나 없는 망망대해 끝끝내 헤엄쳐 건너고 싶은 그의 생은 아무리 깊어도 가라앉지 않으려 숨 쉴 부레를 원하는가
수녀가 건넨 묵주를 몸 안에 넣으며 뜨겁게 인사하는
그의 희미한 숨소리가 쉬이-이-익 들려왔다
* 아일란 쿠르디 : 2015년 터키 한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 민 아이
▶수녀와 함께 제주도 어느 낯선 식당에 들어섰다. 시킨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외국인 알바생이 주춤주춤 다가오더니 핸드폰을 내밀었다. 묵주 사진이었다. 그리고는 수녀를 향해 더듬더듬 말했다. 기, 도, 하, 고, 싶, 다고. 기도를 위해 묵주를 갖고 싶다는 그의 의중을 알아챈 수녀는 가지고 있던 묵주를 꺼내주었다. 감사하다며 뜨겁게 인사를 하는 그의 얼굴에서 수녀와 나는 심연을 보았다. 그러면서 이곳으로 온 예멘 난민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어떤 신이라도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이들을 이곳까지 흘러오게 만든 세상……. 그의 눈에서 시퍼런 파도가 출렁였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맥질을 하는 지느러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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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대교아동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 송순문학상
시집 「화려한 반란」
청소년 시집 「그래도 괜찮아」 「나는 나다」
동시집 「사랑하니까」 「꼼짝 마, 소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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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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