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초식 동물` / 이삼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12일
초식 동물
이삼현
달도 없는 밤 신접살림을 차린 반지하 단칸방에 퍽, 알전구가 나갔다 갑자기 불이 빠져나간 방 그 자리에 들이찬 어둠은 틈 하나도 쉬 허락하지 않고 끝없이 팽창한 흑암 어디에 나를 가둬 놓는다 어디를 만져보아도 깜깜한 똑, 똑 노크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 어둠은 헛디딜 것 같은 두려움만 앞설 뿐 첩첩 가로막힌 단면이다 아기자기한 세간살이도 조금 전 밥상 앞에 마주 앉아 저녁을 먹던 새색시도 최초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언제 어디서 달려들지 모를 제 모습을 숨긴 채 발톱을 세운 야행성 어둠에 조심조심 숨소리마저 죽여 가며 알전구 하나 찾아 들고 가까스로 갈아 끼운 빛이
확, 들어오자
기다렸던 아내가 네모반듯한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밝아온다 사로잡혔던 맹수의 아귀 속에서 빠져나와 안도하는 초식 동물 같은 웃음으로
▶거리가 없는 어둠은 방금 전 눈앞에 있던 것들을 끝 간 데 없이 이끌고 사라져버린다 삶은 한줄기 빛. 이 빛 속에 아기자기하게 행복을 쌓고 넓혀가는 일. 알전구 하나가 밝힌 빛 가운데서 낮고 좁고 부족했어도 행복했던 그 시절을 잠깐 떠올려보며 LED 불빛이 대낮처럼 밝아도 어쩐지 낯설어 보이는 것은 잠깐 잊고 살았던 알전구가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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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7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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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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