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동쪽바다` / 강영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26일
동쪽바다
강영환
바람 부는 날이면 동쪽바다에 간다 울부짖으며 뒤집히는 바다 파도는 원시로부터 달려 와 발정 난 숫컷처럼 뭍을 할킨다 낮은 방파제로는 가로 막을 수가 없다 해벽을 타고 솟구쳐 오르는 몸부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안으로만 다독이던 쓰린 속이 들소 떼처럼 방파제에 몰려 와 광야에 오래 잠들었던 성질머리를 풀어낸다 속 깊이 끓어올라 터져 오르는 파도가 서서 달려오거니 달려와서 속풀이 하거니 견고한 앙가슴 때리며 부려대는 앙탈 속이 시원해지는 동쪽바다 들끓는 햇살은 물 끝에서 온다 늘 가슴은 바람 부는 날이 기다려진다
▶나는 원시가 그립다. 모든 생명들이 나름대로 출렁이는 그런 세상이다. 나는 태풍이 몰아쳐 올 때 동쪽 바다에서 원시를 본다. 바다는 속이 뒤집혀지고 그렇게 한 번씩 뒤집혀지면서 바다는 원시로 돌아간다. 원시를 출렁이고 있는 바다를 보고 싶으면 바람 부는 날 동쪽바다로 간다. 그곳에는 내면 깊숙이 잠재한 원시가 숨 쉬고 있는 나를 만날 수가 있다. 나는 동쪽바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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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공중의 꽃」으로 등단
1979년 「현대문학」 시 천료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남해」 당선
시집 『칼잠』, 『출렁이는 상처』,『붉은 색들』,『쑥대밭머리』외 19권
산문집『술을 만나고 싶다』
이주홍 문학상, 부산작가상. 부산시인상, 부산시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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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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