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우리 동네 피터팬` / 김루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31일
우리 동네 피터팬
김루
해가지면 허기가 져 오빠, 오늘은 종일 기계에 젖을 물렸어 급했거든 등 뒤의 난로에 연기가 치솟는 것도 모른 채 젖을 물리다 보면 우리의 칼라 세상은 밝아지겠지 미이라 같은 그녀가 연주하는 하프의 세상은 눈이 멀 정도로 화려해 오빠, 오빠도 아마 그녀에게 만은 젖을 물렸을 거야 빨강 노랑 검정 물리는 젖도 다양이야 산비탈의 염소도 초록 젖통을 보면 달려와 젖을 달라 주문을 넣어 정신없이 허둥대다 젖의 비율을 잊고 빈 젖을 물렸어 오빠, 잘했지 오늘은 젖꼭지가 까매지도록 젖을 물려야 하니까 자정과 자정의 경계를 잊고 미분양 보금자리를 위해 기계는 돌아야 해 오빠, 오빠가 있었으면 피터팬이 되어 내 손을 잡아 줄 텐데 난 다리를 잃고 오빠는 숨을 놓쳤던 그때, 슬픔은 어디서부터 번지기 시작했을까 쓰나미가 오기 전부터 번지던 슬픔이었을까 가끔 점프하는 고래를 만나면 물속에서 숨을 내뱉는 오빠를 만난 것 같아 박수를 치고 놀라곤 해 오빠, 우는 걸 잊어버린 나는 외로움에 갇힌 것일까, 걸을 수 없는 오늘 보다 걷던 어제가 더 슬픈 날엔 기계에 젖을 물려 오빠, 천천히 오래오래
▶늦은 밤 고양이가 운다 앙칼지게 운다 달을 품고 운다 우는 것들이 젖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밤 기계는 돌아간다 세일을 위해서도 돌고 빈 점포를 위해서도 도는 색색의 칼라로 지구가 환해졌으면, 변두리의 별이 아름답다 보이지 않아 빛나는 게 있다면 내일이었으면 한다 오늘 보다 설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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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0년 『현대시학』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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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19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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