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달이 잠드는 시간` / 이정오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10일
달이 잠드는 시간
이정오
새벽은 둥근 창을 가졌어 푸른 몸이 온통 젖어 있어
도둑고양이가 살며시 눈꺼풀을 치켜 올릴 때 숲 사이로 첫날밤은 흐르지 달빛인가 속옷차림으로 내 곁에 다가와 앉는 아직은 어슴푸레한 저 눈동자
별들의 손끝과 손끝이 맞닿는 거리에 달이 잠드는 시간이 있어 한 고요가 말없이 풀어지면 다른 적막이 꿈틀거리는 우주의 소리가 들려 해와 달의 장례식엔 파닥거리는 물고기가 있어 밤새 하늘을 걸어온 터질 듯한 소리, 소리들이 숨 쉬고 있어
두 손을 모아봐 기다리고 선 오늘이 음악처럼 커지고 있어 이슬을 털며 숲이 깨어나고 달아나던 고양이가 물끄러미 돌아보고 있어
새벽은 둥근 창을 가졌어 몸살 하던 경계를 말끔히 지워가고 있어
▶모든 것이 허술해지고 느슨해진 날 깨알만한 거북이 새끼 모양의 고독이란 벌레가 내 정신과 육체를 조금씩 갉아먹던 어느 날이었다. 둥그런 창가 둥그런 모서리의 침대 위로 새벽이 푸르스름하게 굴러오고 있었다. 그 시간까지 난 잠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었는데 모든 세상이 열리고 깨어나는 지점에서 내 실눈 속으로 희망의 실오라기 같은 게 어슴프레 보였다. 발정난 고양이들의 첫날밤도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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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0년 계간 <문장> 신인상 시집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 『층층나무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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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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