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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명명` / 김자흔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17일
명명

김자흔


그들의 입은 ㅅ으로 돼 있다

ㅅ의 입은 좀체 말을 누설하지 않는다

ㅅ의 입으로 속임수를 쓰거나
ㅅ의 입으로 가시 돋친 말을 내뱉지 않는다

ㅅ의 입으로 해답을 요구한 적도 없고
ㅅ의 입으로 사건을 은폐한 적도 없다

ㅅ의 입은 모든 말을 초월해버린다

본질 근원 너머에서 오는 말의 오해

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신화까지도
그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해버린다




▶눈치 채셨겠지만, ㅅ은 바로 고양이 입이다. 가만 들여다보면 꾹 맞물려진 ㅅ의 입에선 어떠한 말도 발설하지 않을 것 같다. 질문도 해답도 어떠한 것도 요구하지 않고 오로지 침묵만 지킬 것 같다. 물론 침묵이 두려움 때문이 아니란 건 고양이가 더 잘 알고 있을 테지만. 
나는 두 번째 시집 『이를 테면 아주 경쾌하게』 에서도 ㅅ의 제제를 가지고 시를 썼다. 「침묵의 비밀」이다. 
“우리가 언제 무슨 해답을 구한 적 있던가요 …… 무해한 말이 주는 오해는 이미 터득했으니/ 우린 다만 깊은 침묵으로 우리 고양이/ 언어의 그물망을 즐길 따름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고양이 입은 ㅅ의 입으로 돼 있다. ㅅ은 날카로운 비수 두 개로 세워져 있다. 함부로 쏟아낸 말은 ㅅ의 비수로 베일 수도 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4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
   2018년 숭의문학상 수상
   시집 『피어라 모든 시냥』 『이를테면 아주 경쾌하게』 『고장 난 꿈』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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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김자흔 시냥 내일을 여는 작가 숭의문학상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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