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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연기` / 정민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4월 28일
연기緣起

정민나


싸이렌 울긋불긋 폭발하는 밤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누군가 신고한 모양인데

저 리얼한 연기演技는 안개 낀 날 솟아오르는 연기煙氣라서

그 벽 아래 물에서 자라는 속새는 얇은 대궁이 가는 막대기처럼 흔들리네

불도 나지 않았는데 시내 소방차가 다 쏟아져 나온

이 시간엔 똑바로 등을 세운 속새는 말도 하지 말아요

노를 저어 앞으로앞으로 나아가는 카누처럼

자기가 가고 싶은 날 자기가 먹고 싶은 날 푸른 잎을 복사한 봄은 짙은 연무 속으로

누가 손바닥을 탁 쳐서 이 한 밤 울긋불긋 사라지네




▶어느 날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인천 시내 소방차들이 전부 나의 아파트 앞으로 직결 했다. 안개가 낀 날이었는데 그 날 아파트 관리 직원이 난방 시설 시험 때문이었는지 굴뚝으로 많은 연기를 내보냈다. 마침 차를 타고 가던 누군가 119에 불이 났다고 신고를 했다. 두 곳의 소방서에서 소방차들이 달려왔고 경찰서에서도 경찰들이 달려왔다.
위 시에서 연기(緣起)는 연기(煙氣)에서 비롯한다. 모든 현상이 생기 소멸하는 법칙이 연기(緣起)이다. 짙은 연무 속에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는 울긋불긋한 불의 색채를 띤다. 그것은 연기(煙氣)를 연기(演技)하는데 그 때 나는 또 다른 연기(緣起)를 생각했다. 어느 날 공연히 피어나는 연기(煙氣)는 자기가 가고 싶은 날 자기가 먹고 싶은 날 푸른 잎을 복사하며 봄을 연출하다가 어느 순간 탁! 하고 사라지는 무대 위 배우 같다는 생각을 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꿈꾸는 애벌레』 『E 입국장, 12번 출구』 시집 『협상의 즐거움』
   시론집 『정지용 시의 리듬양상』  『파동이 신체를 주파한다』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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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정민나 현대시학 연기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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