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시인"시간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13일
| | | ↑↑ 김사인 시인 | ⓒ GBN 경북방송 |
시간들 김사인 48년 9개월의 시간 K가 엎질러져 있다 시원히 흐르지 못하고 코를 골며 모로 누워 있다 액체이면서 한사코 고체처럼 위장되어 있다 넝마의 바지 밖으로 시간의 더러운 발목이 부었다 소주에 오래 노출되어 시간 K는 벌겋다 끈끈한 침이 흘러 얼굴 부분을 땅바닥에 이어놓고 있다 시간 K는 옆구리와 가려운 겨드랑이 부위를 가지고 있다 잠결에 긁어보지만 쉬 터지지는 않는다 흘러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더러운 봉지에 갇혀 시간은 썩어간다 비닐이 터지면 시간 K도 힘없는 눈물처럼 주르르 흐를 것이다 시큼한 냄새와 함께 잠시 지하도 모퉁이를 적시다가 곧 마를 것이다 비정규직의 시간들이 밀걸레를 가지고 올 것이다 허깨비 같은 시간들, 시간 봉지들
작가약력
김사인 시인(金思寅, 1955년 ~ ) 충북 보은, ,1981년 ‘시와 경제’ 동인으로 시 활동. 1977년 11월 18일 ‘서울대 반정부 유인물 배포 미수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 1987년 이후 조정환, 박노해와 더불어 1989년 3월에 ‘노동해방문학’ 창간 평론《한국문학의 현단계 》〈지금 이곳에서의 시〉 시집 《밤에 쓰는 편지》(도서출판 청사),《 가만히 좋아하는 》 (창비시선) 2006 제14회 대산문학상 시부문수상 ,2005 제50회 현대문학상 시부문수상 1987 제6회 신동엽창작기금 수상 1996 ~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스토리뱅크 편집위원 -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가장 고단하면서 골목이나 바닥을 면치 못하는, 서러운 서민의 눈물주머니여서 고체처럼 위장되어 있지만 썩어가는 시간의 물주머니여서 언제나 터질 것 같고 터지면 밀걸레로 밀어 버려질 것 같은 허무한 시간의 물주머니인 인체여, 가려워 긁더라도 절대로 터지지 말기를, *김사인시인은 시나 사람이나 그 속이 깊어서, 절규하는 울음 같은 것이 터질 듯 출렁거려서 아프다. 드문드문 발표하는 시마다 푸욱 잠길 것 같은 절실함이 얼마나 오래 아파한 시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느린 그의 말솜씨처럼 느리게, 아주 질퍽질퍽하도록 빨려들게 하는 마력을 지닌 이 시대의 마지막 휴머니스트다, 그래서 김사인시인을 생각하면 두 손이 모아진다.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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