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이팝나무 아래서` / 김밝은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15일
이팝나무 아래서
김밝은
저만치서 머뭇거리는 봄을 불러보려고 꼭 다물었던 입술을 뗐던 것인데 그만, 울컥 쏟아버린 이름
말라버린 젖을 더듬던 가시내에게 고소한 밥 냄새로 찾아오는 걸까
뾰족한 시간의 조각들이 꽃처럼 팡팡 터져도 어제 같은 오늘이 다시 되풀이 되는 날
눈으로 들어오는 향기마저 아릿해 고개를 들면 기억을 뚫고 파고드는 할머니 목소리
악아, 내 새끼 밥은 묵고 댕기냐
▶어렸을 적 엄마 대신 할머니와 살았다. 어린 나이에도 적막은 견디기 힘들어서 사내아이처럼 밖에서만 노느라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해질 무렵이면 할머니는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나를 불렀다. 꿈에 그리던 서울에서도 늘 이방인처럼 쓸쓸했다. 할머니는 멀리서도 내가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만 걱정하셨다. 저 위에서도 아직 내 걱정이나 하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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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3년 《미네르바》 등단
시예술아카데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편집국장
시집 『술의 미학』『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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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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