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새재鳥嶺 아래를 거닐다` / 이동재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03일
새재鳥嶺 아래를 거닐다
이동재
이곳을 넘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갔던 영남의 선비 중 열에 아홉은 한숨을 쉬며 다시 저 고개를 넘어 갔을 것이다 허기진 한숨의 턱이 마루에 닿을 때쯤 새들도 깃들 처소를 향해 날아가다 어둠에 걸릴 저 높이 어디쯤에 그래도 멈출 수 없는 발길은 어둠을 내처 밟으며 가던 길을 재촉했는지도 모른다 사는 게 그렇듯 항상 목이 메고 갈증이 나고 팍팍한 것이어서 쫓기듯 시원한 바람이 잠시 계곡의 등선을 타고 넘으면 순간 마팍의 주름을 폈을지도 모르나 더 깊은 주름이 가슴팍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비기를 연마하여 고개를 넘어 강호로 나왔으나 비기는 항상 속된 잡기가 되고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세상은 늘 여전해서 무심히 흘러갔을 것이다 고개의 바깥을 꿈꾸며 여기를 넘어왔던 선비들은 또 바깥의 부재를 확인했을 것이다 이곳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간 선비들은 숨이 마루턱에 닿는 소리를 밤마다 들었을 것이다 이쪽저쪽 고개를 넘어도 다시 바깥의 바깥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 하루도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다
▶오래 전 가족들과 새재 어딘가를 지났던 적이 있다. 해직을 당한 지 얼마 되지 않된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공부한 것들이 거친 강호에서 너무나 무참히 찢겨져 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어쩌다 보니 황량한 이 터키의 아나톨리 고원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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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98년 《문학과의식》 신인상.
시집 『민통선 망둥어 낚시』 『세상의 빈집』 『포르노 배우 문상기』
『분단시대의 사소한 너무나 사소한』 『파주』 『주 다는 남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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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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