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글라스 빌딩` / 백현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29일
글라스 빌딩
백현
밤하늘에 유리빌딩이 아쿠아리움처럼 떠있다 심해에서 올라오는 잠수종인 듯 엘리베이터가 이동한다 빌딩은 가로등과 자동차의 불빛을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푸르게 부유하는 세상을 쏟아낸다
건물 일층 유리창 속 야근으로 깊어가는 남자의 밤이 있다 옆 사무실의 여자는 카디건을 어깨에 걸친 채 열린 철제 서랍 속으로 빠져들고
이층 한 남자가 트레이 카트를 밀고 와 구워진 빵들을 진열한다 흰 모자를 쓴 셰프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삼층엔 식탁에 앉아 활짝 웃으며 크리스털 잔을 드는 사람들 공들여 디자인하고 화사한 피부를 입힌 한 무리의 AI 같다
고층 오피스텔의 검은 창문이 빛 속으로 빠진 사람들의 불면을 응시한다
밤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놓친 말 몇 마디가 빌딩 유리벽에 달라붙는다 발광의 체온을 내뿜는 현생인류의 몸이 유리에 얼어붙어 있다
▶인간은 언제부터 돌이나 벽돌 대신 유리로 건물을 짓게 되었을까? 벽에 작은 창을 내어 실내로 빛을 들이고, 창밖을 바라보던 집이 오랜 동안 우리의 주거 공간이었다. 근래에 유행하는 글라스 빌딩은 일거에 모든 빛을 날려 보낸다. 내부를 숨김없이 들어내 보인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며, 무슨 잠꼬대를 하는지 온 오프 라인으로 낱낱이 고하는 현생인류들이 그곳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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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7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세상의 쓸쓸함들을 불러모아』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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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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