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계좌이체` / 손지안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31일
계좌이체
손지안
“우째 빈손으로 가겠노? 거기도 돈 없으마 안 될 낀데...”
통곡으로 마지막 인사를 마친 미망인이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콧물을 훔치며 꼬깃꼬깃 구겨진 천 원짜리 몇 장을 펴 고인 가슴 매듭에 걸자
쭈뼛쭈뼛 서 있던 두 아들이 만 원짜리 두 장이 혹시나 붙었을까 손가락에 침을 묻혀 가며 한 장을 빼더니 어머니를 따라한다
금이었고 옥이었던 자식들과 처마 밑 시래기를 널어 말리며 함께 늙어온 아내를 두고 마지막 용돈을 받은 이분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하실까
만 원에 떨리던 두 아들의 손과 미망인의 손톱에 낀 흙 때를 바라보며 고인은 말없이 계좌이체를 하고 계신다
▶가족이나 지인이 그 삶을 다했을 때 가장 슬픈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고인에게 더 이상 잘해줄 수 없는 자신을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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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6년 《서정시학》 신인상 시집 『물속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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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 입력 :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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