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3-29 오전 01:27:5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미나리가 두 단` / 홍경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미나리가 두 단

홍경나


미나리가 한창입니다
미나리꽝엘 들러 살지고 푸진 미나리를 삽니다
나도 한 단 서울 동생도 한 단 삼우제 참석 못한
막내 동생도 한 단 엄마도 한 단
아니 엄마는 두 단
아버지 돌아가시고 함께 입 다실 이도 없는데
미나리강회 미나리무침 미나리김치 미나리적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엄마는 습관처럼 미나리가 두 단

푸렇게 데쳐 무치고 사박사박 날로 지래기 하고
콩기름 둘러 적을 지져
저녁상을 차립니다
배고픈 몸들이 속수무책으로 붐비며
숟가락 젓가락만 달그락거립니다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서로 닮은 무릎들이 맞대고 앉아
미나리 두 단을 알뜰살뜰 다 먹습니다
이따금씩 눈 맞춰가며 다 먹습니다




▶아버지, 납매꽃 이울더니 옥매 청매 흐무러지는 새봄이 왔어요. 계절에 따라 제철 음식을 먹어야한다 시던 말이 떠올랐답니다. 그만 욕심을 부려 미나리를 두 단이나 사고 말았어요. 오순도순 무릎 맞대고 앉아 미나리 살찐 맛을 권해 드릴 당신은 없는데... 당신을 보내고도 나는 남아서 갓 삼을 가른 신생아처럼 잘 먹고 잘 싸고 잠도 잘 자고 잘 지낸답니다. 이렇다 할 비탄이나 이렇다 할 예감도 없이, 싸르르 배꼽으로 동하는 시장기를 영접하거나 확 부치듯 머릿골에 도지는 헛헛증을 도영하며, 당신이 없는 이곳에서, 그렇게 나는 살아있습니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07년 《심상》 등단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5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Tags : 미나리 저녁상 납매꽃 김조민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능내역` / 노해정 시인..
이강덕 시장, “포항시-포스코 새로운 상생시대 함께 열어가길 희망”..
포항종합사회복지관 봉사단체 ‘촛불회’ 국무총리 표창 수상 영예..
포항시 북구 치매안심센터, 치매공공후견사업 후견지원회의 개최..
포항시 치매안심센터, 치매 어르신과 보호자들을 위한 원예 치유 프로그램 시작..
경북도, 사회간접자본(SOC) 국비확보 및 주요현안 대책회의..
북구 치매안심센터, 치매어르신 주거 환경 개선 안전물품 제공..
북구보건소, 결핵예방주간 및 결핵예방의 날 맞아 캠페인 실시..
국민연금 2023년 기금 운용수익률 13.59% 역대 최고..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봄철 산불대비 합동 산불진화훈련 실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능내역 1 노해정 호수에서 피어난.. 
우주 약국은 한가해요홍여니 너와 나의 유대감은 설화 속 감정 같은 것이.. 
눈동자를 주고 갔다정선희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단풍이 든다달마산 도솔암..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