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윤순영
동생한테 머리채를 잡히면서 싸움은 시작됐다 육 남매가 반으로 나뉘어 싸우다 모두 울면서 끝난 싸움판 끝나고 나면 툇마루 가장자리 큰언니부터 나란히 무릎 꿇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이제 와 다시 맞은 나와 때린 너 먼저 간 언니까지 내려와 육 남매 끌어안고 싸울 수 있다면 백발이 허연 머리채 잡히고 싶다 아버지의 불호령 다시 들려와 기울어진 툇마루에 무릎 끓고 손 머리 위 올리고 싶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사진 한 장, 몽당연필이었는지 책받침이었는지 동생하고 둘이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다 싸움이 시작되었고, 그것을 말리던 언니들까지 싸움에 끼어든 꼴이 되고 말았다. 들녘에서 온종일 일하시다 들어오신 아버지 지친 목소리로 벌을 세우셨는데, 그 지친 목소리가 회초리보다 아팠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사진 한 장, 누가 찍어서 내 가슴에 걸어 놓았는지 떼어내고 싶어도 떼어지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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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2년 서울문학 등단
시집 『겨울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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