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의 오차
최연수
인구조사는 호흡이 가팔랐다
손이 가리킨 골목, 오래거나 갓 핀 송이를 통계 낸 목련의 필체가 흐릿해 가지는 여러 번 숫자를 담에 눌러 적었다
몰래 챙겨 내려간 짐가방은 비밀, 숨은 꽃을 암산으로 헤아리고 발 헛디딘 눈먼 주소지 옆엔 빈 괄호만 남겨두었다 무료함을 켜놓고 일 나간 익숙한 이름을 들고 다시 칸칸을 두드릴 때면 지붕을 밟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산 번지, 찢어진 연과 붕붕거리는 꽃의 시종들과 동거하는 한 채가 적막해 눈부신 외출을 마친 인기척 없는 사월 옆에 온기 잃은 한 켤레 걸음을 기록했다 마른 젖을 물린 어미개와 마주친 순간 녹슨 고리처럼 표정이 얽혔다 풀어졌다 서류철엔 몇 마리 울음이 추가되었다
계약직 같은 봄날의 낮과 밤이 다른 오차와 통계 수수료를 떼듯 하얀 방에 들어앉은 목련 촉이 팍, 끊어지고
학점과 맞바꾼 길에서 유리 밟는 소리가 났다
▶숨 가쁜 그 길, 땀으로 범벅된 그 길로 마을버스가 오르내립니다. 인기척 뜸해 낮과 밤의 통계가 다른 그 달동네가 우뚝 솟은 고층아파트를 자랑합니다. 학점과 맞바꾼 인구조사는 첨단의 조사와 통계로 변했습니다. 고생한다고, 손을 잡아끌어 기어이 밥을 차려주신 인정은 지금도 가슴 안쪽에서 울컥, 곧 목련이 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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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5년 《영주신문》 《시산맥》 등단
시집 『안녕은 혼자일 때 녹는다』 외
평론집 『이 시인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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