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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꿀벌의 교향악` / 성명순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6월 08일
꿀벌의 교향악

성명순


꿀벌들은 각기 다른 악기 소리를 낸다
밤나무를 다녀온 꿀벌은 토실토실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를
산수유나무를 날아갔다 온 꿀벌은 봄날 따뜻한 꿈의 노래를
헛개나무, 엄나무, 유채, 싸리, 메밀꽃을 들러 온 꿀벌은
저마다 각기 사랑의 소리를 내지만 그 모든 소리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빚어내는 교향악이다

나무와 꽃들은 꿀벌의 젖은 그림자를 향해
차마 말 못하는 속앓이로 자신을 비워주고
먹이사슬의 첫 번째 손님 꿀벌의 고단한 날개를
꽃봉오리로 어루만지고 있는 황금빛 시간
하늘과 땅이 설레며 서로 빛을 뿜을 때
이 땅의 옹골찬 농작물 거의 모두가
꿀벌의 꽃가루 받이로 열매를 맺으니
무수한 꽃들이 나눠준 사랑의 가루로
꿀벌이 대신 울려주는 음계는
산골 가득 퍼지는 무지개의 노래이다

씨방 속에서 꿈을 키우듯
나뭇가지 홑치마 자락을 감싸는 꿀벌의 노동
아낌없이 먹이를 내주는 밀원식물은
이 땅의 자애로운 어머니
가이아의 치맛자락이다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꿀벌의 무한한 노고가 녹았으니
감사하며 살라하는 뜻을 가르쳐 주는
벌들의 비행, 붕붕거리는 조그만 눈들에서 퍼져
제 생김새, 제 색깔, 제 꿈들의 첫 악장
지구를 살리는 일급비밀의 교향악이다




▶“뒤를 돌아보지 마라, 네 삶은 앞에 있다”는 벤허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오직 시를 위해서만 달려왔다. 문학의 꽃인 시를 가꾸고 돌보는 일이 늘 즐겁고 재미있었다. 문인의 왕인 시인이라는 게 늘 자랑스러웠다.
항상 침대 머리맡에 단풍잎처럼 깔고 있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이 노을 한 조각으로 물들어 내 품속으로 파고든다.
구름, 고독, 당신의 입술이 하는 말, 가을날, 예감, 꿈꾸는 사람 등등 무릎이 꺽일 만큼 시간을 넘어선 또 하나의 마음의 길을 걷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




ⓒ GBN 경북방송




▶약력
   시인, 아동문학가, 시낭송가
   황금찬 문학상 수상, 제9회 한국농촌문학상 수상, 수원예술인상
   시집 『시간 여행』, 『나무의 소리』, 『하얀 비밀』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1년 06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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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산수유나무 헛개나무 가이아 김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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