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토마토
고은유
직장을 그만 두었다
나는 욕조에 담긴 물처럼 오래도록 가만히 누워 있었다 창밖으로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직장에서 오년 동안 키운 선인장이 죽었다 겉은 멀쩡한데 갑자기 푹 주저앉았다 생각해보니 물을 너무 많이 줬다
이제 나는 가시가 필요없다 별 감정 없이 선인장 화분을 버렸다
쪼글거리는 발가락에 힘을 주고 물 밖으로 나왔다
젖은 얼굴을 쓸어내리고 화원에 가서 모종을 샀다
방울같은 녹색 열매를 매달고 있다
붉어질 준비가 되었다
▶직장을 그만둔 후 오랜 시간 침잠해 있었다. 자의에 의한 퇴직임에도 관성을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허전했다. 직장을 그만둘 때 책상 위 책꽂이에 놓여있었던 선인장을 가져왔다. 5년간 키운 것인데 가져온 지 얼마 안되어서 선인장이 죽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선인장을 버리며 쓴 시이다. 선인장은 바빴던 직장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식물이었다. 자신을 보호할 가시가 필요했고 최소한의 애정으로도 클 수 있는 식물! 그것은 예전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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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1년 《서정시학》 신인상 서정시학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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