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김소희
보도블록 위에 신문지 한 장 빗물에 밟힌 윤곽으로 매 순간 기다려온 말을 조합하며
헤드라인을 수정하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코트 속 각기 다른 이야기로 등 돌리며 멀어져 가는 장면,
간유리 너머로 잘못 이식된 페이지를 반복해 읽었다
자막이 지워진 곳에는 오랫동안 비가 내렸다 장면에서 장면으로 번져가는 검정 나는 한 사람의 습한 옆모습을 읽어 내려가며 나에게 약속했다
바닥에서 온전히 일어설 수 없어도 두렵지 않았다 한 사람의 젖은 발자국을 헤드라인으로 인쇄하는 나는
부드럽게 문드러져 한 문장으로 작아졌다
사라진 창문만이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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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깊은 그늘로 걸어 들어간 누군가를 생각한다. 바닥? 절망이면서도 희망이기도 한 이 단어. 다른 마음으로 살고 싶었던 엄숙한 시간 속에 일부러 작아지기도 하면서. 슬픔을 말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슬픔을 읽어 내려갔다.
▶약력
2020년 계간 《시산맥》 등단 2020년 제1회 동주해외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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