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수바람
안정혜
버드나무 아래 흰 말 한 마리 서 있다 늘어진 실가지가 시위 당기는 쪽 바라보며 백마는 바람의 전신욕을 즐기고 있다 희디 흰 갈기와 물오른 잎사귀의 반짝거림은 바람의 또 다른 몸짓 몇 백 년이 지나도록 오직 한 자리 나무에 묶인 것은 고삐가 아니라 흰 말에 발목 잡힌 능수버들의 시간이다 푸르른 그늘 아래 묶여 있는 백마의 환한 응시 흰 말의 영혼도 은빛으로 반짝인다 편자가 따각따각 발소리를 내거나 히잉, 말울음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실은 그것은 능수바람의 야들야들한 손바닥이 묶여 있는 흰 말을 씻어주는 소리다 저 백마와 함께 능수 바람목욕 하고 싶다 능수능란한 바람의 애무를 받고 싶다
얼마나 오래 바라보아야 저 바람의 결이 내게로 올까 버들잎들이 백마의 허리께에다 풀빛 바람을 퍼붓고 있는 은빛 저물녘
▶윤두서의 그림 속에서 버들잎으로 나부끼는 바람을 본다. 출렁이듯 살랑대는 바람이 흰 말과 한 몸을 이루었다. 하나가 된다는 거, 마음이 흐른다는 거, 아득한 세계 같지만 가능성도 없지 않다. 누군가와 마음을 맞추는 일, 그래서 하나가 되는 일에 일어날 긍정적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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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0년 계간지 <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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