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돌 연가
이인평
돌 속에 꽃이 피어 있어요 오래 전, 꽃들은 어떻게 저 단단한 돌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매화석, 국화석, 장미석, 목련석, 해바라기석… 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돌들이 제 가슴 열어주었다면 꽃의 향기에 숨넘어간 돌들이 제 사랑 열어주었다면
그래요, 꽃잎 떨어지는 게 서러워서 향기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차라리 그대로 꽃돌이 되고 말았을 거예요
보세요, 돌 속에서 향기가 나요 꽃이 돌 속으로 들어갈 때 간직한 향기 사랑으로 만개했던 그 기쁨의 향기가 나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당신도 이제 꽃돌이 될 거예요 돌 같은 당신의 가슴이 사랑으로 열리는 순간에 영원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돌이 될 거예요
돌보다 강한 아름다움, 돌보다 오래 남을 향기를 머금고 사랑뿐인 가슴, 사랑뿐인 기쁨에 안겨 이제는 영원히 화사하게 피어 있을 거예요 꽃돌처럼 꽃돌처럼
▶부드러운 꽃과 단단한 돌의 관계가 설정되고 보니 오히려 꽃이 단단해지고 돌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 세상엔 부드러운 것과 단단한 것들이 대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다만 그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서 이질적인 것이 동질적인 요소로 부합할 수 있을 때 발견되는 기쁨은 조용히 고정관념을 허물고 나타나기도 한다. 시의 묘미가 삶의 묘미로 소통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 육화되었을 때 가능하리라 본다. 돌과 꽃이 서로를 열고 받아들이는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굳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고도 어느 날 꽃이 돌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꽃돌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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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00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집 『길에 쌓이는 시간들』 『가난한 사랑』 『명인별곡』 『후안 디에고의 노래』 1, 2집 『소금의 말』
번역시집 『Yo Soy Juan Diego Coreano』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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