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
전수우
그 식탁은 성수동 재활용 센터에서 보았다. 엄마의 시든 어깨를 닮아서 무턱대고 다림질해 데리고 왔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엄마의 노세 가락은 새벽까지 절여졌고, 신고로 달려온 파출소 순경은 축 처진 어깨를 달고 있었다. 때 이른 개 소리와 때를 놓친 닭 울음은 잿빛 4인용 식탁을 엇박자로 돌리며 옥탑까지 숨 가쁘게 오른다. 처음엔 오리 배 같은 1인용이었다. 꿈이 사라진 아이처럼 차가운 물밑에서 혀를 묻었다. 차분하게 촥, 침착하게 촤르륵. 구멍가게의 돈 통 소리가 졸고 있는 엄마 옆에서 새벽까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엄마는 술 냄새에 찌든 남정네의 얼굴을 피한다. 날개를 달아줄 거라며 오만 원짜리 지폐를 허리춤에 구겨 넣는다. 가쁘다, 엄마의 숨은 또 가쁘다. 소주 한 홉 팔라는 주정뱅이를 외면하며 밤새 사각 통에서 헤엄친다. 찌든 호흡이 돌고 돈다. 1인용 식탁 귀퉁이는 식은 치킨을 던져 놓고, 하얗게 표백된 무 절임에게 속삭인다. 나도 백조처럼 놀러 갈 거야. 맞장구를 치는 목소리도 쫙 펴본다.
성수동 재활용 센터엔 오늘도 0인용 식탁이 놓여있다. 늙어가는 소원을 돌림 노래하며 엄마를 후렴구로 넣어 숨을 돌리고 있다.
▶재활용센터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곳이다. 누군가는 내어놓고 누군가는 가지고 온다. 엄마의 늙은 어깨도 가져다 놓고, 젊은 시절 놀지 못한 한도 데려다 놓는다. 외면했어도 식탁에 마주한 시간만 기억에 남는 건 아직도 사랑의 온기가 느껴져서일까?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사람들, 그 안에 노세가락을 날리며 실컷 즐기고 있을 추억이 가득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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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13년 <샘터> 동화 신인상
2022년 <서정시학> 시부분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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