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6 오전 01:45:4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이비인후과적 장미` / 조휘 시인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3월 28일
이비인후과적 장미 


조 휘




들장미가 담장 너머로 늘어져 있어요 겹겹인 꽃송이들 귓바퀴 하나씩 달고 있죠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듯 겉면에서 뒷면으로 향기가 맴돌아요 그러다 오월을 알아버리는 일 따위, 오롱조롱한 환상이 되죠 그래요 담 밖의 소리를 색으로 들을게요 향기는 그늘로 가져가요 들으려고 하는 것만 듣는 장미여서 오늘도 지저귀고 있네요 붉은 꽃잎들이 하도 흐드러져 바람도 흘러넘치죠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들의 행렬, 한차례 이어지고 있어요 그러다 오월이 가둔 집착으로 사라져갈 거에요 시간이 지고 넝쿨이 풀어지는 틈에도 말은 들려요 장미가 귀를 닮은 건 갖다 대는 코를 듣기 위해서죠 그래요 듣기만 할게요, 가까이 오진 마세요 가시가 어느 순간 손등을 긁을지 몰라요 둥근 말을 더 들을 수 있게 더 휘늘어져가요 지나치면서 스치는 센스를 보여 줘요 장미는 아름답지만 말이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에 관련된 질환에 대한 전문 진료과를 뜻한다. 장미 꽃송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꽃이 다발처럼 모인 모양이 귀와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장미는 우리의 눈길을 꽃잎으로 듣는 게 아닐까. 또 장미의 꽃말이 ‘질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장미는 오월이 가둔 집착으로 진찰될 수도 있다. 오월의 거리를 지날 때 담벼락에서 종종 보게 되는 장미가 내 눈빛을 소리로 듣고 말해준다. 가시가 어느 순간 손등을 긁을지 모른다고. 나는 그 수다가 왠지 싱그럽다고 적고 싶다.




ⓒ GBN 경북방송




▶약력
   2022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김조민 기자 / blue2140@hanmail.net입력 : 2023년 03월 28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