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문지아
숨 막히는 저녁 회색 도시를 질주하는 고등어들
헐떡거리는 아가미 초점 잃은 눈 땀은 절어 냄새는 고단하다
그물은 길게 가로 세로로 퍼지고 하늘로 지하로 촘촘하고
뿜는 냉기에 유지되는 신선도 졸아도 여지없이 도착하고야 마는 목적지
종일 콘크리트 속을 밀려 떠다닌 등 쳐진 고등어
그의 푸른 등은 삶에 질려 푸른 것일까 고난에 밟혀 멍든것일까
내일도 또 내일도 다시 기어나와야 하는
파란 정장의 고등어들
▶생선 가게앞을 우연히 지나다 맞닥드린 고등어. 붉던 아가미는 색이 점점 생생함을 잃어가고 삶의 마지막에 치켜 뜬 눈은 고단하고 서럽기 짝이 없다. 칼선이 그어지고 소금이 뿌려져 가족들 한 끼 배를 불려주는 고마우면서도 왠지 안타까운 고등어를 보는데 왜 콘크리트 빌딩 바다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비슷한 시각에 떼지어 쏟아져 나오는 우리네 아버지들 모습이 오버랩 되었을까. 파란 정장 차려입고 오늘의 밥을 벌기위해 고단함을 무릅쓰고 일하는 아버지들, 그리고 남편들. 퇴근하며 들어오는, 피곤함으로 초점 잃은, 시큼한 땀내를 풍기던 고단한 아버지, 남편을 떠올리며 제 살 희생되어 우리들을 먹여주는 저 고등어의 처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내던져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애처로운 그들을 생각하며 어느날 내게 다가온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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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2023년 계간 시사사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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