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갈대 등본"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11월 06일
| | | | ↑↑ 신용목 시인 | ⓒ GBN 경북방송 | |
갈대 등본 /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깊은 날은 갔다 모든 謀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작가: 신용목 시인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시작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등 수상.
시 감상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가 갈대들이 통증처럼 새떼를 뱉어내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은 빈 강둑을 걷는 나를 흔들고 갈대를 흔든다. 갈대의 핏속에도 나의 계보에도 늘 흔들리고 일렁이는 바람이 유전되고 있다. 가을의 석양무렵이면 갈대는 바람에 일렁이는 통증이 더 깊어진다. 어느 세월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내 각오가 있었지만 바람에 울다 허리 꺽인 아버지의 뼈 속에 바람이 있으니 나는 그 바람을 걷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바람의 시인 신용목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으로서 그의 시는 결코 쉬운 시가 아니다. 그럼에도 과학의 첨단을 걷는 오늘날의 대학생들이 그의 시를 가장 사랑한다고 한다. 그 만큼 시인의 시가 바람에 늘 흔들리면서도 곧추서려는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해 주지 않나 싶다.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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