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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시인 "흔들의자"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16일
강정숙 시인 "흔들 의자"


↑↑ 강정숙 시인
ⓒ GBN 경북방송

















흔들의자


강정숙



절뚝이며 너무 오래 걸었나 보다
발바닥 마디마디 시퍼런 멍이 들고
접혔던 기억 하나가 도드라져 일어선다

맨 처음 떠나온 게 오지의 숲이었나
구절초 오만하게 꽃잎 터뜨리는 날
불지른 한 생의 끝에 달랑 남은 뿌리 하나

상처를 긁어내던 벼린 손 벼린 칼끝
무늬를 맞추면서 빗금을 궁글리며
비로소 완성에 이른 환한 창가에 섰다

낮게 흔들리다 부드러워지는 시간
내안의 하얀 그늘이 고요처럼 깊어지고
지상의 한 모서리가 이명 같이 멀다  




작가약력

강정숙 시인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조부분 당선
시집 <환한 봄날의 장례식> (2006년 2분기 우수도서 선정)
제11회 수주문학상 수상



시 감상


힘들고 지친 몸을 앉혀 그 고단함의 무게를 온 몸으로 떠받치는 흔들의자를 통해 여인의 삶을 본다. 가족의 고단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 앉히는 그녀도 젊었을 때는 비록 오지의 숲에서 올라온 구절초였지만 고개 꺾이지 않은 맑음과 청초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세상은 벼린 손끝의 칼끝처럼 사나워서 상처가 나고 빗금들로 무늬가 졌다. 그 빗금의 어긋남과 얼룩을 궁굴리며 비로써 완성에 이른 그녀가 창가에 앉아 낮게 흔들리며 부드러워져 내안의 그늘을 고요처럼 깊게 한다. 한 때 절뚝이게 했던 고난의 절규가 이명처럼 멀어지는 풍경이 한 폭 그림으로 그려진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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