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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강 시인 "물의 혀"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1월 30일
 
↑↑ 황명강 시인
ⓒ GBN 경북방송 




물의 혀



황명강





얼음의 몸 위로 김이 오른다

꺼칠한 살결 껴안는 고지식한 바람만 기어다닐 뿐,

메기 씨 붕어 씨 개구리 양

연못의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다 날카롭게 자란

얼음의 이빨 사이엔 빙그레우유 곽이 미동 없이 앉아 있다

침묵으로 항변하는 저마다의 길 앞에

지난여름에 보았던 것들이 오류였다고

물음표처럼 쪼그라든 마른 풀잎이

남극의 별을 가진 적 있다고 일러주는 이 없다



물이 혀 내밀어 얼음을 핥는다

기울어진 문장을 아이러니가 추켜세우듯

겨우내 굳어가던 물고기들의 들숨과 날숨

푸른 멍이 투명해지도록 핥아낸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저 혀들이 꿈이고 희망인, 얼음 아래 숨어 떨고 있을

보이지 않는 어린 눈빛들이 아프다

숨구멍 열어 줄 혀마저 없던 지난 시절의 빙하,

그곳 떠돌던 지느러미는 지금쯤 바람이 됐을까



혀가 움직일 때마다 얼음의 중심이 이동한다

이 긍정은 진실이나

우주 어디에도 영원한 진실은 없다



작가 약력

황명강 시인
경주 건천 출생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경주문협, 경북문협, 한국시협 회원
시in 동인
시집 『샤또마고를 마시는 저녁』




시 감상


물의 혓바닥이 몸을 핥을 때 당신의 기분은 어땠나요?

차디찬 얼음 몸을 물의 혓바닥이 핥고 있습니다. 얼음이 물보다 더 찼을까요? 얼음이 제 몸 식히느라 더운 김을 뿜고 있습니다. 바람은 지느러미를 비질하듯 스치며 기어 다닙니다. 메기 씨, 붕어 씨, 개구리 양을 삼키고도 모자라 빈 우유곽이 아쉬운 듯 이빨 사이에 끼고 있습니다. 별을 향해 손을 뻗치던 풀잎들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오류일 뿐입니다.

이제 그것을 증명할 어떤 문장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얼음의 이빨 아래 떨고 있을 어린 눈빛들을 생각합니다. 물위 혀가 지나간 그 얼음, 조금씩 모양을 바꾸어가며 이동을 합니다. 그들이 떠난 후면 아무도 그 진실이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몸을 핥고 지나간 물의 혓바닥에 대한 기억은 잊었습니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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