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추모시 - 황명강 시인
제목 '자전거가 있는 무대'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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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있는 무대
황명강
막이 오른다
느릿느릿 대문 들어서던 그림자가 착하게 서있는 자전거를 바라본다 안장 위엔 늦게 배달된 조간신문, 대구지하철 참사 추모기사가 불효처럼 앉아있다 쾅! 거칠게 닫히는 방문 앞 흰 국화송이 담배연기에 지친 듯 쿨룩거린다 떠날 것들 부추기는 찬바람에 먼 허공만 바라보는 녹슨 자전거, 한일서점 엄마분식 금성태권도장 달리던 페달은 소년이 남겨둔 헐거운 시간 간간이 젓고 있다 마당가엔 골목 매달고 겅중거리던 운동화 몇 켤레 ‘돌아올거야’ ‘이건 연극이야’ 소품처럼 앉아 중얼거린다
막이 내린다
(황명강 시집 '샤또마고를 마시는 저녁'에서)
<해설> 2003년 2월 18일 안타까운 대구지하철참사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당했다. 생존자나 유족들은 크나큰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그 시간들에 묶여 살아가고 있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어처구니없는 범죄가 이 사회에서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인류가 누리는 문명으로 하여 인류가 희생당하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점검과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황명강 시인의 시 ‘자전거가 있는 무대’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유족의 뼈아픈 상황을 스케치하듯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인의 담담한 시선이 읽어내는 그 너머에는 눈물보다 더 아픈 시간들이 녹아있다. 아들이 타던 자전거, 아들의 운동화는 녹슨 시간들을 안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돌아올거야’ ‘이건 연극이야’라는 운동화들의 중얼거림은 아들을 잃은 가족들의 세상을 향한 절규로 읽혀지고 있다. -시인 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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