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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경주 - 이스탄불 문화엑스포’ ‘한터 문학심포지엄’

그곳, 그들의 삶과 역사를 보다.( 터키, 그리스를 다녀와서)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9월 25일
박 영 희



ⓒ GBN 경북방송

이스탄불에 도착했을 때는 막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여섯 시간이나 느린 이스탄불이다. 모스크바 공항을 경유하며 비행기만 꼬박 열 두 시간이나 타야했던 그날은 내 생에 가장 낮이 길었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제 1회 경주 - 이스탄불 문화엑스포’가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인 ‘한터 문학심포지엄’ 참석과 터키, 그리스 기행을 목적으로 8박 10일간의 여정(旅程)을 꾸렸다.


ⓒ GBN 경북방송
이번 기행은 이 심포지엄을 주관한 경주동리목월문학관의 장윤익 관장님을 비롯해서 국내 저명한 문학 인사들과 문학창작을 공부하는 문우들이 함께한 매우 뜻있는 거사였다. 수필 한 편 쓰는데 아직도 적잖은 진통을 겪어야 하는 나로서는 두 번을 기약할 수 없는 특별한 행운이었다.

심포지엄은 마르마다 바다와 접해 있는 이스탄불의 미마르시난 예술대학교에서 한터 양국의 대표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하게 열렸다. 형제의 나라라고 여겨온 한국과 터키 국민들의 문학 교류에 대한 열정이 물꼬를 튼 논물처럼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한터 문학 심포지엄은 한국에서 이문열소설가, 최동호 시인, 장윤익 문학평론가, 이난아 교수 등 5명이 발표하고, 터키에서도 5명의 교수들이 유익하고 무게있는 논문들을 발표했다. 터키에서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앙카라대학, 에스지예르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 90여명이 참석한 것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터키사람들이 이 행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교류의 걸림돌은 역시 예상한대로 번역이 가장 큰 문제였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작가의 원고가 변질될 수 있어 그 만큼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 GBN 경북방송
양국의 갈망과는 달리 실제 번역 현황은 저조했다. 먼저 우리나라의 작품이 터키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것을 살펴보면 1993년 터키의 세브기 탐퀴치가 번역한 이청준의 ‘예언자’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겨우 14편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어로 번역된 터키 서적은 1982년 야샤르 케말의 ‘메메드’ 부터 현재까지 30편에 이르고 있으며 곧 3편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이번 심포지엄에 같이 참석한 이난아 교수의 활약이 단연 으뜸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책은 터키어로, 터키 책은 우리말로, 양국의 문학을 교차 전파한 선도자다. 특히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가장 많이 번역했다. 긴 머리가 잘 어울리고 깊고 큰 눈을 가진 그녀가 심포지엄 내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하루빨리 배출되어 대한민국 문학인들의 위상이 보다 높아지고 멀리 세계로 퍼졌으면 하는 희망을 새겨보기도 했다.


ⓒ GBN 경북방송
이스탄불 히포드럼 광장에 설치된 ‘경주 - 이스탄불 문화엑스포’ 현장을 찾았다. 우리나라 경상북도의 문화가 지역별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어 터키인들에게 세세히 잘 알려지고 있었다. 와인과 말과 별이 소개되고 있는 내 고장 영천 부스 앞에서는 현지 안내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고대 터키와 그리스는 돌을 이용한 유적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육중한 돌로 건축 되었거나 그런 주거 흔적을 볼 때는 불가사의한 이 현실에 타임머신이 있다면, 타고 가서 그 시대 주인들을 만나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이나 블루 모스크, 카파도키아에 있는 괴레메 계곡. 신의 힘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 같은 건축양식과 즐비한 기암들은 나를 더욱 더 겸손하고 작은 사람이 되게 누르는 듯한 장풍이 스며왔다.


ⓒ GBN 경북방송
그 중에서도 특히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데린구유에 도착했을 때다. 종교 박해를 피해 은신처로 이용되었다는 깊고 깊은 지하 땅굴인 이곳은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어 있다. 당시 그들에게 종교는 무엇이었을까. 또 그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땅을 파서 두더지처럼 지내야했던 옛 기독교인들의 신앙심과 질긴 삶의 내음이 층마다 배어있어 내 코를 킁킁대게 했다. 지하 15층까지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환풍구와 적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맷돌은 극히 원시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그들의 이중적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올리브와 체리, 무화과, 목화, 석류나무, 그리고 밀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광경을 구경하며 실크로드를 달려 다다른 코니아의 히에라 폴리스. 대지진의 힘에 밀리고 말았지만 과거 화려하고 웅장했던 고대도시의 위용을 엿볼 수 있었다. 목화의 성 파묵칼레는 이국에서도 또 다른 이국에 온 느낌이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신비의 석회언덕 파묵칼레가 보이는 호텔에서 일행은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에페소로 향했다.

에페소는 사도 요한이 바울에 의해 복음이 왕성하게 전해지고 있던 이곳 으로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와서 전망 좋은 곳에 거처를 마련해 드린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페소에는 많은 성화(聖話)가 있지만 지면에 한계가 있어 많이 다루지 못하는 필자도 안타깝다.

터키의 체스메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그리스의 히오스 섬. 일행은 히오스에서 다시 밤배를 탔고, 난생 처음으로 선상 침실에서 잠을 자며 바다 뱃길을 달렸다.

그리스는 민주주의 발상지이자 올림픽이 처음으로 열린 나라다. 세계가 주목하는 오늘날의 그리스 국태(國態)와는 달리 그곳 국민들의 표정은 여유 있고 평온해 보였다. 우뚝 솟아 있는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펼쳐진 아테네는 도시 전체가 유적지였다. 유년의 교과서에서 작은 흑백 사진으로 처음 접했던 파르테논 신전은 보수작업이 한창이었다. 세계문화유산 1호인 그 웅장한 신전의 원형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은 나의 과대한 욕심이었다.

돌아오는 날 나의 룸메이트 S씨가 모스크바 공항에서 건네준 수기(手記) 엽서는 기념물로 간직하고 싶다. 또 이번 이 일정을 위해 긴 시간동안 기획하고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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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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