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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형 시인"벼는 쉬이 눕지 않는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11월 11일
↑↑ 조철형 시인
ⓒ GBN 경북방송



















벼는 쉬이 눕지 않는다     
          
               조철형

벼는, 바람이 제 허리를 감싸 안고 유혹해도
쉬이 눕지 않는 다
간혹, 제 입술을 훔쳐가는 얄미운 비를 따라
쉬이 길을 나서지도 않는다

바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갈 때마다 외로움이 커가도
발끝까지 온통 눈물처럼 비가 적셔도
마지막 그리운 임을 기다리며 뿌리를 깊게 내린다
중천에 오롯이 빛나는 임에 대한 사랑이 깊어 갈수록
수줍음만 자라난다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면
벼는 부끄러움도 모른 채 들녘에서 옷을 벗는다
빛나는 한때를 위해 제 어깨를 태워버린다

뜨거운 제 사랑과의 강렬한 입맞춤이 끝난 후
제 안에 숨 쉬는 사랑의 씨 톨을 단단하게 만든 후
시집가는 처녀인 양 고개가 땅에 떨어진 후
서산에 떨어지는 태양을 따라 딱 한 번 길을 나선다.


* 작가약력

조철형 시인
1963년. 충북 제천출생,
2011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 등단. 
2011 제15회 시흥시예술대상 수상, 2012 제 8회 한국농촌문학상 수상, 2013 제10회 문학세계문학상 수상,  2013 제14회 경찰문화대전 수상. 2013 시흥시 문예창작기금수혜. 
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월간문학세계문인회원, 소래문학회 회장 역임, 소래문학회원, 고운글문학회 회원,   
시집, 「그리움도 때론 푸드덕거린다」
 소래문학, 고운글고은사람들, 시흥문학, 예술시흥, 경기문학. 하늘비 산방,
한국을 빛낸 문인들 등 공저.


시 감상

경주에서 출발해서 안면도를 향해 가는 길에서 만난 수많은 들판, 그 들판에는 이제 어느 논에도 벼가 서있는 곳은 없다. 벼 벤 자리에는 거대한 새의 알 같은 볏짚으로 만든 군포 사일리지만 굴러다닌다. 이제 들판에 흔적도 없는 벼, 누구를 따라 가 버렸을까?
그 벼는 바람의 유혹에도 입술을 훔치는 비에도 흔들리지도 따라가지도 않고 굳건히 제자리를 지킨다. 외로움이 커가고 눈물로 발을 적셔도 마지막 임을 기다려 뿌리를 깊게 내린다.
중천에 오롯이 빛나는 임에 대한 사랑이 깊어 갈수록 수줍음을 키우다 한낮이 되면 부끄러움도 모르고 들녘에서 옷을 벗고 몸을 태운다. 그렇게 사랑의 입맞춤을 하고 제 안에 키우는 씨 톨을 단단하게 만든 후 딱 한 번 서산에 떨어지는 태양을 따라 운명처럼 길을 나서는 것이다. (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3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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