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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화 시인"하루 삯"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07일
하루 삯 이서화 새참막걸리에 취한 햇살이 논물 위에 길게 눕는다 개구리밥들이 파란 융단처럼 깔렸다 논물 속에 있던 해를 목이 긴 황새가 꿀꺽 삼켜버렸다 기울지 않던 산 그림자도 논바닥에 제 모습을 비춰보는 시간 입이 간지러운 개구리들이 운다 계단 논에는 햇살만큼 좋은 일꾼이 없다 촘촘하게 박음질 되는 모내기 도우며 일당도 없이 하루를 담그면서 지나간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다 아니, 머슴들의 좌장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그도 쉰다 푹푹 빠지는 논바닥의 내력을 읽던 햇살이 몸져누운 날은 비가 내린다 따끔따끔 쑤시는 삭신마다 빗방울 침 맞는다
작가약력 이서화 시인 영월출생,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감상
농사는 하늘하고 동업을 잘 해야 한다고 한다. 더구나 햇살임에야. 가장 으뜸인 동업자다. 써레질로 뒤집어놓은 논바닥에 물이 팽팽하게 수평을 잡고 있는 한나절 새참 막걸리를 한 잔 하는 동안 무논의 은빛 수면 위에 햇살이 길게 누워 잠시 다리를 편다. 개구리밥이 파랗게 융단처럼 깔리는 저녁답 논 물 속에 우렁이 주워 먹던 황새가 해를 꿀꺽 삼켰다. 산도 제 그림자를 논바닥에 비추어보는 시간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발길을 제촉한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머슴이면서 머슴의 좌장인 햇살이 젖은 발을 담그며 모내기를 도우며 하루를 지나갔다 . 일당 한번 챙기지 않는 햇살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일당 대신 쉰다. 햇살이 몸져누운 날은 따끔따끔 쑤시는 삭신마다 빗방울 침 맞는다. 그렇게 몸을 풀고 날이 들면 햇살은 또 빛을 일으켜 세워 마을에서 제일 먼저 들에 나오는 것이다. 무릎 한번 꺾지 않고 고루고루 논둑을 말리고 젖은 모포기를 어루만지며 그날의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김광희시인)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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