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인 - '모닥불'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11일
모닥불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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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짓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고형진 편『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2007)
[시 해설] 위 시「모닥불」은 백석 시의 한 특장인 긴 나열을 통한 엮음의 수사가 시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품이다. 먼저 1연은 모닥불이 타고 있는 현장을 그리고 있다. ‘함께, 역시’라는 뜻을 가진 보조사 ‘-도’에 의해 모닥불을 구성하는 무수한 질료들이 나열되고, 그것들은 모두 종결부의 “타는 모닥불”을 수식한다. 또 ‘-도’에 의해 연속적으로 나열되는 모닥불의 이 질료들은 연속적 운동감의 표상으로 그것들이 마치 모닥불 속으로 차례차례 던져져 모닥불을 계속 피워가는 생생한 현장감을 자아낸다. 그런데 모닥불을 피워내는 이 질료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쓸모가 없어 내버려진 것들이다. 이것들이 모여 모닥불로 타오르면서 어둠을 밝히고 세상을 따스하게 데운다. 2연 역시 보조사 ‘-도’에 의해 시어가 나열되고 있는데 그것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를 수식하고 있다. 그러니까 2연은 사람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모닥불을 쪼이고 있는 현장을 묘사하고 있다. 모닥불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아 쬐고 있는 세상의 여러 사람들은 그 어떤 차별도 없이 평등하다. 1연과 2연에서 그려낸 구체적 현장의 ‘모닥불’은 바로 민중적 삶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3연은 시상 전환이 되어 시적 화자의 할아버지에 대한 회상으로 진술된다.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는 비단 화자의 할아버지 개인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1연과 2연의 ‘-도’에서 본 것처럼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 모두의 ‘슬픈 역사’일 것이다. 내용과 형식의 양 측면에서 높고 깊은 백석의 시는 우리 한국 현대시의 튼실한 거름이 되었다.
-이종암(시인)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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