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명 시인 "돌을 쪼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14일
| | | ↑↑ 이여명 시인 | ⓒ GBN 경북방송 |
돌을 쪼다
이여명
돌을 쫀다 돌 속으로 들어가려는 듯 여문 돌을 쫀다
돌 속에는 거북이 살고 있다 돌이 태어날 때부터 그 속에 들어 앉아 있다 석공의 눈에는 거북이가 보인다 좌우로 흝어보며 먹 나누기를 한다
망치 높이 들어 내리친다 불필요한 부분 뭉텅뭉텅 잘라낸다 목 아래 혹을 뗀다 거북이 다치지 않게 돌을 쫀다
나뭇결 같이 돌에도 결이 있고 암수가 있는 법, 굵은 금과 잔금, 가로와 세로결 따라 정과 망치 고쳐 쥐고 탕, 탕, 탕 돌 가죽을 벗긴다 망치는 정 꽁무니 치고 정 머리는 돌을 친다
코와 눈 발라내고 발가락을 끄집어 낸다 16날, 24날 정으로 잘게 도드락다듬하고 마지막 날다듬한다
거북이 드디어 허물 벗고 빠져나온다 돌 속에는 탑이 있고 석등과 당간지주 불상이 있다 사람도 돌 속에 들어있다 다만 그 껍데기를 깨지 못할 뿐이다
작가 약력
시인, 200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경북문인협회회원, 시in동인, 시집:『말뚝』
시 감상
돌을 쪼는 것은 돌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일까, 아니다 돌 속에 들어앉아 있는 거북이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석공의 눈에는 거북이가 보이는 것이다. 그 거북이를 끄집어내기 위해서 먹 나누기를 한다. 망치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낸다. 거북이가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망치질을 한다. 나무처럼 돌에도 결이 있고 암수가 있어 그 결을 따라 정과 망치로 돌 가죽을 벗긴다. 16날, 24날 정으로 도드락다듬, 날다듬으로 코와 눈 발가락을 끄집어낸다. 돌 속에서 거북이 나오고 탑이 나오고 당간 지주, 불상이 비늘을 벗듯 돌 조각들을 떨치고 나온다, 사람도 돌 속에 들어있다. 다만 껍데기를 깨지 못할 뿐이다. 그 껍데기를 벗겨서 끄집어내는 것이 돌 뿐이랴, 돌 속에 있는 부처를 보는 눈을 가졌다고 보는 시인의 눈을 가졌다는것은 예사롭지 않다. 그런 눈이라면 나무면 어떻고 물감 속에도 있고 어디엔들 없을까, 우리들 마음도 껍데기를 덮어쓰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 눈을 가진다면 나를 쓰고 있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새로운 나를 끄집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경주 남산에는 수 많은 석불과 탑들이 바위에서 옷을 벗고 나와 있다. 단단한 껍데기를 벗고 나온 것들은 천년을 굳건히 견뎌왔다. 그리고 또 천년은 더 건재 할 것이다. (김광희 시인)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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