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 시인의 "봄날도 환한 봄날"
김향숙 기자 / bargekju@hanmail.net입력 : 2014년 04월 01일
| | | ↑↑ 이종문시인 | ⓒ GBN 경북방송 | |
봄날도 환한 봄날
이종문
㉮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다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보다
[시 해설]
이종문 시인의 둘째 시집『봄날도 환한 봄날』(만인사,2005)에 수록된「봄날도 환한 봄날」이라는 동일한 제목의 두 편의 시조를 읽는다. 시조 ㉮는 시집의 맨 첫머리에 그리고 시조 ㉯는 맨 끝머리에 놓여 있어 그 배치가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시의 행갈이에 변화를 주고 있는 두 편의 이 시조들은 참 재미가 있다. 어느 날 시인이 경북 영천시 성내동에 위치한 호연정(浩然亭) 을 찾아간 모양이다. 그곳에서 조그마한 자기 몸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호연정 넓은 대청마루를 건너가는 자벌레를 보고 우주의 넓이를 재는 것이냐는 데서 시의 의미가 다 만들어진다. 특히 ㉯시조의 종장 “그런데, 왜 돌아오나//아마 다시 재나보다”라는 시구는 독자의 웃음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그러면 시조 ㉮와 ㉯ 사이에 있는 시집 속 시편들은 이종문 시인이 언어로 이 세상 삶의 넓이와 깊이를 잰 그 내용물이 아닐까. 이종문 시인의 시조는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간다. 시조가 근엄하지도 고리타분한 옛 것도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삶의 이야기를 우리들 몸에 체화된 전통적 가락으로 때로는 촌철살인의 정신으로, 때로는 서민들의 넉넉한 해학으로, 강렬한 현실 풍자 등으로 그려내는 그의 시조는 참 좋다. “봄날도 환한 봄날”, 그의 시집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참 즐겁고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아래 단형 시조 두 편으로 이루어진「윤씨농방 안주인」이라는 시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가.
읍내에 신장개업한 윤씨농방 안주인이 엄청 미인이라 소문이 파다하기,
오후에 버스 타고 가 구경하고 왔지요
안주인은 소문보다 훨씬 더 絶景이라, 내일 모레 글피쯤에 다시 갈까 하는데요,
그 누구 같이 갈 사람 요오, 요오, 붙어라
(시 해설, 이종암시인, 포항 대동교등학교 재직)
이종문 작가 약력
1955년 경북 영천 출생하였으며 계명대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동안 <고려전기 한문학 연구>, <한문고전의 실증적 탐색>, <고려시대 역사시 연구>, <고려시대의 문인과 승려>, <인각사 삼국유사의 탄생>등 주로 고려시대의 한문학과 관련된 다수의 논저들을 집필하였다.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시집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등의 시집을 간행한 바 있으며, 현재 계명대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김향숙 기자 / bargekju@hanmail.net 입력 : 2014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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