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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시인의 "두 채의 음악-석가탑과 다보탑"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4월 19일
↑↑ 손진은 시인
ⓒ GBN 경북방송

두 채의 음악-석가탑과 다보탑

손진은

음악은 가끔 몸을 가지네
때론 짐승 울음으로 때론 새소리로
천 년 동안 서서 여울 소릴 흘러 보내는 악사도 있다네
더욱이 불타는 선율을 요약한 화석으로
조심스레 사람들 갈비뼈에 음악을 꽂는 이!
금당 바닥, 음악을 등지고 앉은 저이는
미장가의 아들 가슴에 품고 연신 손을 비비는 사람
또 저이는 사십 후반에야 베트남 아내를 맞은 아들 위해 엎드린 사람
고요하던 연못의 느닷없는 출렁임처럼
한낮을 베먹어오는 그늘의 어룽거림처럼
음악이 켜지는 건 이때
저 옥개屋蓋는 자애로운 음악이 흘러넘치는 모자
가장자리에 빛살과 하늘, 파르르 떠는 낮달의 노래까지도 따다 담지
빛은 음악의 소유이니
무릎을 연한 저이들은 저 음악이 돌보는 자식이니
바람 한 점 없는 그 뜰에서 둘이 하는 다정한 산책도 산책이지만
때론 正樂인 듯 때론 俗樂인 듯*
사람들의 어깨에 가닿는 그들 속삭임
소리 내지 않고 울리는 음이 두 채의 음악을 다스리는 법이지




[시 해설]

우리나라의 숱한 절 이름 가운데 불국사(佛國寺)만큼 진중(鎭重)한 이름이 또 있을까? 불(佛), 국(國)이라는 각각의 1음절이 합쳐져 이뤄진 이름 불국(佛國)에는 1500년 전 부처의 나라, 불국토(佛國土)를 꿈꿨던 신라인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져 있다.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11교구 본사의 하나인 불국사는 경내(境內)가 2009년에 사적 제502호로 지정되었으며, 1995년에는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재된 바 있다.

불국사 창건에 대하여서는 528년 법흥왕의 어머니 영제부인의 발원(發願)으로 창건되었다는 것과 그보다 조금 앞선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한다. 분명한 것은 불국사가 초기에는 소규모로 창립되었다가 신라 경덕왕 때 재상 김대성에 의해 크게 중수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불국사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건물들은 대웅전(大雄殿) 25칸, 다보탑(多寶塔)과 석가탑(釋迦塔), 청운교(靑雲橋)와 백운교(白雲橋), 극락전(極樂殿) 12칸, 무설전(無說殿) 32칸, 비로전(毘盧殿) 18칸 등을 비롯하여 무려 80여 종의 건물(약 2,000칸)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불국사를 이루고 있는 많은 문화재들 가운데 불국사라는 그 이름을 가장 잘 떠받들고 있는 것으로 나는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꼽는다. 그런데 경주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손진은 시인은 그의 3시집『고요 이야기』(문학의전당,2011)에서 석가탑과 다보탑을 ‘두 채의 음악’이라고 명명(命名)하고 있다.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 서쪽과 동쪽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은 서로가 짝을 이루고 있는 쌍탑(雙塔)이다. 석탑의 일반적 전형인 석가탑의 원래 이름은 석가여래상주설법탑(釋迦如來常住說法塔)으로 이는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께서 영축산에서 묘법연화경을 설법하고 있는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그리고 장식성이 강한 이형(異形) 석탑인 다보탑의 원래 이름은 다보여래상주증명탑(多寶如來常住證明塔)인데, 이는 앞서 말한 석가여래의 그 설법이 진실임을 증명하고 찬탄하는 과거 부처인 다보여래를 상징한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인 진리를 드러내려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을 ‘두 채의 음악’이라 명명(命名)한 손진은 시인의 비유가 깊고도 놀랍다. 시 1행의 전언처럼 진리(음악)는 어떤 몸을 빌려 발현된다. 그 몸이 여기서는 석가탑과 다보탑이다. 그러니 위 시에서 “천 년 동안 서서 여울 소릴 흘러 보내는 악사”와 “불타는 선율을 요약한 화석으로/조심스레 사람들 갈비뼈에 음악을 꽂는 이”, 바람 한 점 없는 뜰에서 둘이 다정한 산책을 하는 “무릎을 연한 저이들”도 모두 ‘두 채의 음악’을 비유한 것이다. 도저한 역설 “소리 내지 않고 울리는 음”이 바로 진리요, 묘음(妙音)이겠다. 진리의 묘음이 다스리는 ‘두 채의 음악’을 내 가슴에 꽂고 싶다. 고요 이야기,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를 제재로 한 격(格)이 있는 이런 시를 나도 쓰고 싶다.

(시해설, 이종암 시인, 포항대동고등학교 재직)




손진은 작가 약력

1959년 경북 안강에서 태어나 경북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1995년 매일신문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시론서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서정주 시의 시간과 미학』『한국 현대시의 정신과 무늬』『현대시의 지평과 맥락』『시창작의 이론과 실제』(공저) 등이 있다. 1996년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고, 현재 경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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