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강 시인"꽃의 마음"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5월 31일
| | | ↑↑ 김예강 시인 | ⓒ GBN 경북방송 |
꽃의 마음
김예강
생일꽃을 사러 들린 아름다운꽃집에는 꽃의 발을 마른 수건으로 싹싹 눌려 닦고 있는 꽃집주인이 있다 아름다운꽃집 주인아주머니는 꽃을 손질하는 사이 꽃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꽃이 왜 아름다운지 아세요? 아름다운꽃집 주인아주머니는 꽃의 발을 가지런히 모아 싸며 그게요 아름다운꽃집 주인아주머니는 그랬다 없는 마음이라 그래요 꽃은요 안으면 안은 사람의 마음이 되는 거잖아요 할머니께 꽃을 안겨드리면 할머니의 마음이 되잖아요 아이에게 안겨주면 아이의 마음이 되잖아요 아름다운꽃집 주인아주머니는 꽃나라의 마법사 꽃엄마처럼 꽃자랑을 한다 나는 없는 마음의 꽃이란 말이 먼 바다 앞에 서 있는 듯하여 아름다운꽃집 주인아주머니가 포대를 감싸듯 꽃들을 포장지로 두르는 손길 바라보다 나는 마음이 있어 꽃이 못 된다 싶다가 꽃은 마음을 지우는 것이다 싶다가 지운 자리에 꽃이 피었다 지는 것이다 싶다가 그런 생각 등에 잠겼다가 아기를 받아 안 듯 아름다운꽃집 주인아주머니가 건넨 생일꽃을 안고
작가 약력 김예강 시인 2005년 [시와사상]등단 현 시와사상 편집장 시집 [고양이의 잠]
시감상
꽃을 아이 다루듯 닦는 꽃집 주인은 꽃이 아름다운 것은 없는 마음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꽃은 할머니가 안으면 할머니 마음이 되고 아이가 안으면 아이마음이 된다고 꽃나라 마법사 꽃엄마처럼 말한다. 꽃자랑을 그렇게 하다니. 꽃 이야기를 그렇게 할 수 있는 꽃집 주인은 아마도 꽃교를 믿고 잊지 않나 싶다. 그래서 꽃의 없는 마음을 전도하는 꽃교의 전도사라는 생각이 든다. 꽃의 없는 마음이라!, 꽃은 들고 가는 사람 마음이 되고 받는 사람 마음이 될 뿐 꽃 스스로는 마음을 나타내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적응해서 그 사람이 되어 준다. 자기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다. 강요하지 않고 그러므로 폭력적인 관계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이미 비워져 있어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없는 마음의 꽃이라는 말에 먼 바다 앞에 선 것처럼 아득해졌다가 나는 마음이 있어 꽃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어떤가, 작자의 시작 노트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없는 마음과 마음이 없음의 사이 그 간극에 서서 꽃은 마음을 지우고 그 자리에 꽃을 피웠다 지운다는 생각을 해 본다. 꽃집 주인으로부터 포장된 꽃을 아기를 받아 안 듯 생일 꽃을 받아 안는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꽃집에 가서 붉은 카네이션을 고른다. 그 꽃을 드리려고 들고 가는 내 마음이 환하고 받으시는 어머니 얼굴이 환하다. 어머니는 ‘아이고 곱다’ 하신다. 그 말씀은 꽃에게 하시는 것이다. 아니 꽃을 이야기하면서 내게 하신다. 그 꽃 속에 내가 들어 있고 꽃의 아름다움으로 포장해서 내 마음을 드린 것이다. (김광희 시인)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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