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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인 시인"표준어 시간"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6월 12일
ⓒ GBN 경북방송
표준어 시간


이지인

선두리는 물방개의 고향 마을이 아니라 복수 표준어래요 우렁쉥이 멍게도 마찬가지죠 숫양 숫염소 숫쥐는 수에 시옷을 붙여요 수가 들어가는 수소 수놈 수캉아지 등 그림이 그려지나요 쌍둥이 귀둥이 오뚝이는 어때요 허리멍덩한 오후 생쥐가 눈앞을 지나가요 새앙 쥐가 표준어를 갉아 먹고 있어요 시누 시뉘 시누이 누구를 택할까요 나는 시누가 좋아요 강낭콩을 심을까요 동네 어귀 벽보판에 사글세 구함이라 적힌 종이가 떨어지려고 해요 코주부 아저씨가 떨어지려는 벽보판 앞을 막 지나 갔어요 알타리무 김치를 담글까요 총각김치가 맛있나요 알타리 보다 총각이란 단어가 알싸 하잖아요 웃어른을 모시고 오세요 잠자리가 형광 램프 위에서 자고 있어요 솔개는 소리개를 몰라요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소인 왕국으로 떠났어요 일명 양반꽃인 능소화의 꽃말이 명예라고요 늦봄 담벼락에 명예가 피겠군요 모음조화처럼 끼리끼리 어울리지 말아요 변하는 건 불규칙용언만 아니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다 이해하려 하지 말아요 마음과 마음은 띄우세요 그 밖의 것은 부호로 남겨 두세요

작가 약력
2012년 시와사상 등단

시감상

선두리라는 이름을 보니 고속버스에서 내려 시골로 가는 버스를 타고 들판을 지나 산자락을 따라 납작한 인가가 드문드문 있는 마을에 내리는, 어느 고향마을 이름 같은데 물방개이름이라니,

고상하게 감상적으로 표현한다고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이라거나 이름 없는 꽃 어쩌고 하는 걸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가서 물어 보라지, 어느 마을이 이름이 없는지, 그리고 어느 꽃이 이름이 없는지, 하나의 사물을 두고 몇 개의 이름을 가지기도 하는 걸,

전봇대나 벽보판에 붙었다 떨어지려고 바람에 펄럭이는 종이에 쓰인 글자도 김치를 담고 맛을 느끼고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나 불규칙용언으로 변하는 이름이 있고 나름의 의미가 글로, 말로 여러 가지 표현들 중 표준어가 있다는?, 오랜만에 국어 공부하는 기분도 들고 작가의 조근조근한 입담이 재미있네요.(김광희 시인)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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